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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지배하는 세상? AI와의 '결혼'을 준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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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에피소드3. 특이점이 온다(2005) 레이 커즈와일 

▶세줄 요약

특이점이 온다

특이점이 온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이 2045년이면 현실이 된다.

-특이점이 오면 유전학(Genetics), 나노공학(Nanotechnology), 로봇공학(Robotics)의 혁명적인 변화로 인간은 '영원히 죽지 않는' 새로운 존재로 진화한다.

-일은 기계가 하고 인간은 여가를 즐기는 이상향이 펼쳐질 수 있다. 다만 일부만이 혜택을 보는 양극화를 경계해야 한다.

▶핵심 내용

2011년 로드아일랜드 대학에서 강연하는 커즈와일. [사진 커즈와일테크]

2011년 로드아일랜드 대학에서 강연하는 커즈와일. [사진 커즈와일테크]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에서 내놓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2016년 당시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였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3승 1패로 승리를 거뒀다. 체스나 장기는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수를 이긴지 오래됐지만 바둑까지 정복하는 것은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기 전에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로와 세로 각각 19줄인 바둑판에서 나올 수 있는 수의 조합은 10의 171제곱에 달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전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가 10의 80제곱 정도로 추산된다.

이렇게 많은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계산하는 것은 아무리 뛰어난 수퍼컴퓨터를 수십대씩 동원해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일반인은 몰라도 엄청난 경험과 계산력, 직관을 갖춘 정상급 프로 기사를 넘어서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최고수가 인공지능에 패하는 날이 현실로 다가왔으니 그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바둑이나 수학, 컴퓨터에 능통한 전문가일수록 받은 충격이 컸다. 하지만 커즈와일의 예언에 따르면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일 따름이다.

알파고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으로 실력을 키웠다. 사람이 입력해주는 데이터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기계(컴퓨터)끼리 수없이 많은 대국을 하며 스스로 승리의 길의 찾아나간 것이다. 이른바 '빅데이터'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커즈와일은 이같은 기술의 발전이 점점 가속화되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머지 않아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2030년이면 컴퓨터가 뇌에 대한 분석을 완료해 인간 한 명의 지능을 추월하고, 2045년이면 인류의 모든 지능을 합친 것보다 뛰어난 성능의 초인공지능이 출현한다는 것이다.

2016년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대 1로 패했다. 인공지능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이 9단은 역설적으로 '인류가 거둔 마지막 1승'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사진 구글]

2016년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대 1로 패했다. 인공지능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이 9단은 역설적으로 '인류가 거둔 마지막 1승'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사진 구글]

커즈와일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포함한 로봇공학(Robotics)의 발전이 유전자 기술(Genetics), 나노공학(Nanotechnology)과 어우러지면 인간은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존재(포스트휴먼)로 진화한다. 커즈와일은 이를 "AI와의 결혼"이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대 초에 가상 현실(VR)이 대중화하고, 2030년이면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감각을 가상으로 체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유전학과 나노 기술을 이용해 인체의 장기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질병에서 벗어난다. 2030년대에는 나노봇을 통해 뇌의 기능을 보강하게 되고, 2030년대 말에는 뇌의 정보를 그대로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제 컴퓨터에 올린 뇌 정보를 새로 구성한 신체나 나노머신으로 구성한 사이보그에 옮기는 데까지는 한 걸음만 남났을 뿐이다. 이제 죽음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더라도 복사해 둔 자아와 의식을 새로운 육체에 재전송하면 그만이다. 아예 신체를 갖지 않고 디지털 데이터로만 구성한 자아가 온라인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선택해도 된다.

뇌를 디지털 데이터로 교체했기 때문에 언제든 초인공지능의 능력을 빌릴 수 있고, 모든 인류가 가진 최고의 지식과 노하우를 자신의 전뇌에 '복사 붙여넣기'해서 초지능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초지능이 되느냐, 인간으로 남느냐는 아이폰이냐 안드로이드폰이냐를 고르듯 아주 일상적인 일이 된다. 너무 오래 살아서 지겹다면 스스로 기억을 리셋하거나, 아예 태어났을 당시로 포맷해서 어린이로 환생하면 된다.

커즈와일은 초인공지능이 인간을 노예로 부린다는 식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인간이 인공지능의 능력에 의존해 팔다리를 기계로 갈아 끼우는 트랜스휴먼(개조인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추고 필요에 따라 육체를 선택하는 포스트휴먼(초인류)으로 진화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인간이 '결혼'해 하나가 되는 '인류 2.0 버전'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기술 발전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든 사람이 기술적 특이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이런 진화가 과연 인간의 존엄성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같은 다양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특이점에 대해 당장 답을 내놓으라고 비판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문제를 다룬 2004년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중앙포토]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문제를 다룬 2004년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중앙포토]

TMI  

커즈와일은 2차 세계대전 직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유대인 부모 밑에서 1948년 태어났다. 맹인가수 스티비 원더와 함께 커즈와일 신디사이저라는 회사를 만들어 디지털 피아노 산업을 이끌었다. 이후 광학 문자 인식(OCR)과 음성 인식, 텍스트 음성 변환(TTS), 3D 프린팅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개발에 참여했다. 에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 발달에 공을 세웠다. MIT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2013년 구글 창립자 중 하나인 래리 페이지에게 자신이 만들 인공지능 회사에 투자해달라고 요청했다가 역으로 구글에 자금, 인력, 기술이 모두 있으니 입사하라는 권유를 받고 고글에 합류했다. 현재 구글에서 딥러닝 분야를 담당한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커즈와일처럼 디지털 유토피아를 꿈꾸는 기술 낙관론자다. 지구상의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구글은 도서관의 책을 전부 스캔하고 있다. 단순하게 검색 엔진 시장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훈련할 데이터를 마련하려는 뜻도 있다. 구글은 특이점을 추구하는 많은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스티브 호킹,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등은 특이점의 도래를 ‘인류의 재앙’으로 보고 비판한다.

특이점이 오면 먼저 혜택을 본 포스트휴먼과 경제적, 사회적 문제 때문에 소외된 잉여인간과의 격차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포스트휴먼도 인간으로 취급하고 법적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야 할까. 책을 나왔을 때 출판사는 ‘앞으로 1000권의 과학소설(SF)을 탄생시킬 책’이라고 홍보했다. 그만큼 논쟁의 여지가 많은 책인 것은 사실이다.

커즈와일의 특이점 예측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은 1970년생 언저리부터는 아주 확실하게 인간 불멸화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전 세대는 노화나 고령에 따른 합병증의 위험성이 크다고 본다. 1960년대 이전 세대라면 건강에 신경을 쓰자.

인트로/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에피소드 0 인공지능은 인격을 가질 수 있나 『공각기동대』
에피소드 1 인류의 기원을 찾아서 『사피엔스』

에피소드 2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총, 균, 쇠』
에피소드 3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 『특이점이 온다』 

경제 시리즈
에피소드1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0700#home
  중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0763#home
  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2310#home
에피소드2 인구와 투자의 미래, 홍춘욱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2373#home
에피소드3 국부론, 애덤 스미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3869#home
에피소드4 자본론, 카를 마르크스
  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3931#home
  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5539#home
에피소드5 세계화의 단서들, 송병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5595#home
  에피소드6 자본주의와 자유, 밀턴 프리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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