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의 골잔치' 박주영, 다시 펼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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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이 방글라데시와의 경기에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뒤 즐거워 하고 있다.도하=변선구 기자

'도하 사나이' 박주영(21.FC 서울)이 카타르에서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박주영은 29일 새벽(한국시간) 끝난 아시안게임 축구 방글라데시와의 1차전에서 후반 오범석(포항)과 교체 출장해 2골을 터뜨려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천수(울산)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선 후반 14분 박주영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수비 한 명을 따돌린 뒤 중심이 뒤로 넘어간 상태에서도 정확하게 왼발 슛을 꽂아넣었다. 후반 29분에는 정조국(서울)이 헤딩으로 떨어뜨려 준 볼을 낮게 깔리는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쐐기골을 뽑았다.

도하는 박주영에게 '행운의 땅'이다. 지난해 1월 이곳에서 열린 카타르 국제축구대회(20세 이하)에 청소년 대표로 출전한 박주영은 무려 9골을 넣으며 팀 우승과 득점왕.최우수선수를 독식했다. 우크라이나전(3-2 승) 해트트릭을 비롯해 대회 4경기에서 모두 2골 이상을 터뜨리는 무서운 득점력을 과시한 것이다. 이 대회를 계기로 박주영은 '스타'에서 '수퍼 스타'로 올라섰고 박주영 신드롬도 불어닥쳤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박주영은 '도하 골 퍼레이드'를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 박주영의 측근은 "주영이가 프로 경기에서 주전으로 못 나갈 때도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 등 개인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몸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살아나면서 골 감각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병역 특례를 받고 이를 발판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도 있다.

박주영은 "아시안게임에 처음 와 보니 색다른 느낌도 들고 재미있다. 어떤 자리에 서든지 최선을 다해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전 졸전으로 잔뜩 찌푸려 있던 베어벡 감독도 박주영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펴졌다. 그는 "박주영이 매 경기 두 골씩만 넣어준다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jerry@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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