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탈북자 돕다 중국서 3년 복역 최영훈씨 귀국 "재소자들에 집단구타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2003년 중국에서 탈북자의 탈출을 돕다 체포돼 중국 교도소에서 3년간 복역한 뒤 최근 가석방된 최영훈(43)씨가 29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최씨는 이날 오후 5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거기(중국 교도소)는 지옥이다. 중국 재소자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했다"고 말했다.

만 3년11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된 그는 그러나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대기하던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사업가로 활동하던 2002~2003년 무렵 투자금으로 받은 3000여만원과 관련된 사기 혐의로 고소당해 현재 수배 상태라고 밝혔다.

최씨는 수갑이 채워지자 "북한 사람을 돕기 위해 일하다 근 4년을 고생했는데 어떤 사건인지도 모르고 이렇게 수갑을 차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이날 공항에는 한나라당 북한 인권소위원회 송영선 의원을 비롯, 피랍탈북인권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이 최씨를 환영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탈북자의 탈출을 도우려다 3년여간 중국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최영훈씨가 중국 당국에 체포되기 전 가족들과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다.[연합뉴스]

이들과 최씨 가족들의 항의를 받은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일단 최씨가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석방한 뒤 나중에 자진 출석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풀려난 최씨는 이날 오후 9시쯤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 마포경찰서에 들러 한 시간여 동안 조사받은 뒤 귀가했다.

최씨는 2003년 1월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항에서 탈북자 80여 명을 20t급 보트 2척에 나눠 태워 한국 등으로 보내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당시 탈북자 50여 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3명은 북한으로 압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프리랜서 사진기자 석재훈(36)씨와 함께 중국 공안에게 검거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최씨 가족과 북한 인권단체 등은 그동안 한.중 당국에 최씨의 무죄 석방을 촉구해 왔다. 최씨는 현재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앓고 있어 상당 기간 안정을 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함께 체포됐던 석씨는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4년 가석방됐다.

천인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