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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은 혁명, 4·19는 학생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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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뉴라이트(신보수) 계열의 시민단체인 '교과서포럼'(상임대표 박효종)이 5.16 군사정변을 혁명으로 규정하고, 독재로 비판받던 유신체제를 긍정적으로 묘사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교과서포럼은 이 같은 내용이 실린 '한국 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시안을 29일 공개했다.

현행 고교 교과서에는 '5.16 군사정변'이라고 쓰여 있다. 교과서포럼의 시안은 현대사의 주요 사건에 대해 현행 교과서와 상반된 해석을 내렸다. 5.16은 긍정한 반면 현행 교과서가 긍정적으로 묘사한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4.19는 혁명이 아니라 학생운동이라고 했으며, 5.18은 민주화운동 대신 광주민주화항쟁이라고 표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발전국가를 계승했다"고 평가한 것도 기존 교과서와 크게 다른 점이다.

교과서포럼은 우리 중.고교 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잡겠다며 지난해 초 출범한 뒤 자체적으로 대안 교과서를 준비해 왔다. 이날 공개한 시안과 관련, '한국 근현대사 대안 교과서, 이렇게 고쳐 만듭니다'란 주제의 제6차 심포지엄 겸 시민 공청회를 30일 오후 1시30분 서울대 사범대(교육정보관 101호)에서 연다.

◆ 뉴라이트판 근현대사=이들의 시안은 일종의 '뉴라이트판 한국 근현대사'다. 시안은 19세기 말 이래 지금까지 우리 역사를 성공적 근대화를 향한 여정으로 평가한다. 식민지-해방-건국-5.16으로 이어지는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긍정적 관점으로 재해석된다.

여러 쟁점 가운데 5.16에 대한 긍정적 묘사가 이번 시안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안은 5.16에 대해 "경제 발전의 획기적 계기가 된 혁명적 사건"으로 규정했다. '제5부 고도 경제성장과 권위주의 정치' 부분의 제1장 제목도 아예 '5.16 혁명'이라고 붙였다.

시안은 "거시적으로 5.16은 당시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인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주도할 새로운 대안적 통치 집단 등장의 계기가 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군사정부는 강한 추진력으로 경제 발전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고 해석했다.

◆ 유신체제 긍정적 해석=유신체제와 관련해선 "권력 구조적 차원에서는 영도적 권한을 지닌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보장하는 체제인 동시에 행정적 차원에서는 국가적 과제 달성을 위한 국가의 자원 동원과 집행능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제"라며 긍정적으로 서술했다.

굴욕 외교 논란이 제기됐던 한일협정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시안은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줬다"고 썼다.

◆ "4.19는 혁명 아닌 학생운동"=교과서포럼의 시안은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시안은 4.19를 혁명이 아닌 학생운동으로 규정하며 "학생시위가 국민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급속한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자는 국민적 염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기존 교과서는 4.19를 혁명으로 규정한다. 시안은 또 "4.19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에서 학생들의 구호도 부정부패와 민주주의 원칙 확립으로부터 급속도로 사회주의적 방향으로의 변화를 요구하는 반체제적인 것으로 바뀌어 갔다"고 기술했다.

5.18 민주화운동은 '5.18 광주민주화항쟁'으로 표기했다. 그 성격에 대해선 "광주에서 신군부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 발생한 것은 그동안 발전과 중앙권력으로부터 소외가 누적된 데다 그 지역 출신 김대중의 체포 소식이 분노를 야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5.18의 여파와 관련해선 "미국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확산됨에 따라 이후 한국 사회에 반미 급진주의를 확산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다"고 서술했다.

배영대.권근영 기자

◆ 교과서포럼=교과서포럼(공동대표 박효종.이영훈 서울대 교수, 차상철 충남대 교수)은 "중.고교의 한국 근현대사.경제사회.도덕윤리 관련 교과서의 이념 편향과 사실 왜곡을 교정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1월 결성된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 모임이다. '대안 교과서' 저술에는 서울대 박효종(정치학 박사).이영훈(경제학).전상인(사회학) 교수, 성균관대 김일영(정치학) 교수, 성신여대 김영호.김용직(정치학) 교수, 연세대 김세중(정치학) 교수, 전남대 김재호(경제학) 교수,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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