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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 찾는 벌… 미국서 설탕물로 훈련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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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냄새로 폭탄을 찾는 벌들이 가느다란 관 속에서 머리만 밖으로 내놓고 있다. 이 벌들은 공기 중에 폭발물 냄새가 극미량이라도 있으면 일제히 주둥이를 내미는 훈련을 받았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제공]

미국에서 '폭탄 찾는 벌'이 개발됐다. 국립 로스앨러모스 연구소(LANL)는 최근 꿀벌이 폭발물을 찾아내면 주둥이를 내밀도록 훈련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처럼 벌을 이용한 폭발물 탐지가 가능한 건 개 이상으로 예민한 벌의 후각 덕분이다. 특수 훈련을 받은 벌들은 다이너마이트, 플라스틱 폭탄인 C4 등 어떤 종류의 폭발물이라도 냄새를 맡는 즉시 주둥이를 내미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곤충 비밀 센서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철저한 반복 훈련 덕분이다. 연구원들은 벌들이 폭발물 냄새에 제대로 반응하면 계속 설탕물을 주며 '격려'했다고 한다.

연구소 측은 이들 폭발물 탐색 벌들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고안했다. 우선 가느다란 관 속에 훈련받은 벌들을 한 마리씩 집어넣는다. 그러곤 머리만 나오도록 한 뒤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냄새를 맡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폭발물 냄새가 공기 중에 극미량이라도 있을 경우 벌들이 일제히 주둥이를 내민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벌들의 주둥이 움직임은 확대 카메라로 관찰된다. 벌들의 행동을 컴퓨터로 분석, 한꺼번에 주둥이를 내밀 경우 경보가 울리게 하는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했다. 연구소 측은 "신발 상자 크기의 벌통만 들고 다니면 누구나 쉽게 폭발물을 찾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 측은 당장 이라크 주둔 미군부터 이들 '폭탄 찾는 벌'을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대부분의 미군 사상자가 도로에 매설된 원격 조종 폭탄에 희생된 점을 감안하면 벌들이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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