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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회사가 코로나 치료제 개발 선언…개미 울린 허위 ‘테마주’ 대거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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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의류 제조업체인 A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옷만 만들던 A사가 치료제를 개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크게 치솟았다. 이후 허위 공시 사실 등이 확인되면서 A사는 거래 정지됐지만, 이미 회사 측은 주식을 처분해 거액을 챙긴 뒤였다.

바이오에서 마스크, 코로나19 치료제, 2차전지까지…. 인기 업종이 뜰 때마다 해당 사업에 진출한다고 속여 주식으로 거액을 챙긴 불공정 거래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18일 금융감독원은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점검한 결과 지난해 7건을 적발해 엄중히 조치(검찰 고발 및 통보 5건, 패스트트랙 2건)하고 13건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조치 완료한 업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평균 200억원이 넘는다.

앞서 A사 사례처럼 허위로 신규사업에 진출한 회사는 원래 하던 본업과 신규 사업이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기술력이 없었지만, 오직 주가 띄우기 용도로 신사업을 골랐다. 금감원 조사 대상 20개 업체의 신규사업은 2차전지(6건)·코로나 치료제(6건)·바이오(3건)·마스크(1건) 등으로 본업과 관련이 없었다. 대신 주식 시장에서 그때마다 주목받던 ‘인기 테마’를 노렸다. 테마주로 분류되면 ‘묻지마 식’으로 개인 투자자 자금이 몰려서다.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던 B사도 코로나19로 마스크 수요가 높자 마스크 제조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 주식 시장 관심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옮겨가자 이번에는 코로나19 치료제까지 만들겠다며 주가 띄우기에 나섰다. 관련 기술이 없던 B사는 결국 허위공시 등으로 거래정지 됐다.

금감원 조사 사례를 살펴보면 2020년 이전 적발 사례 3건 중 2건(66.7%)은 바이오 분야였지만,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2021년에는 적발 사례 9건 중 7건(58.3%)이 코로나19 관련 사업에 몰렸다. 2022년과 지난해에는 적발 사례 8건 중 5건(62.5%)이 2차전지였다. 모두 그때마다 투자자 관심이 높은 분야였다.

이런 ‘테마 사업’ 띄우기는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연관된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이 조치 완료한 사례 7건 중 3건(42.9%)은 무자본 M&A 세력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이었거나, 인수 6개월 내 신규 사업 진출이 본격화했다.

금감원 조치 완료 7건 중 6건(85.7%)은 이미 상장폐지 됐거나 거래정지로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었다. 조사 중인 사례까지 합하면 총 20건 중 10건이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거나 거래 정지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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