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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꿈도 못 꾸는 가자지구…“시신 묻기라도 하면 다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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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난해 12월 1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발이 일어나면서 초대형 먼지 구름이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남부에서 지난해 12월 1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발이 일어나면서 초대형 먼지 구름이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자지구에서 가족과 친지의 시신을 수습도 제대로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사망한 가자지구 사람은 2만2000명을 넘는다. 유엔이 “수천 명 어린이의 무덤이 되고 있다”고 표현한 대로 사망자 상당수가 어린이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추정하는 실종자 수는 약 700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폭격 후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자지구 남부 알나스르 병원의 무함마드 아부 무사 박사는 “죽을 때 묻어줄 이가 있는 사람은 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주고받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공습에 카림을 잃은 어머니 수하 사바위도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아들을 묻어줄 수 있었으니 신이 도왔다’고 한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전통은 사흘간 거리에 천막을 세우고 애도하며 공개적인 장례를 치르지만 가자지구 상황은 어림도 없다. 피란민 일부도 NYT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거리의 시신을 묻어주기는커녕 천으로 덮어주지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지난해 12월 12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시신과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팔레스타인인 1만1000명, 이스라엘인 1200명 이상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지난해 12월 12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시신과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팔레스타인인 1만1000명, 이스라엘인 1200명 이상이 숨졌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초 폭격으로 숨을 거둔 10살 난 아들을 거리에 방치해야만 했던 부모는 언제 포탄이 쏟아질지 모르는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자식을 잃은 슬픔에 더해 제대로 된 장례도 치러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아버지 하젬 사바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서 흙을 더 덮어줬다”며 “모든 인간은 안장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시신을 수습하던 사람들이 공격을 받아 숨지는 경우도 있었다.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파티마 알라예스는 11월 초 가자시티의 친정집이 공습당해 부모님을 포함한 8명이 숨졌다.

시신 3구는 수습해 묻어줄 수 있었지만 추가 수습에 나섰을 때 다시 공습이 발생해 남동생 둘과 민방위대원 여러 명이 숨지고 말았다. 알라예스는 “부모님은 오후에 묻히셨고, 동생들은 그날 밤에 같은 묘에 묻혔다”고 말했다. 그의 여동생과 조카 등 가족 5명의 시신은 여전히 건물 잔해 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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