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서 “도와달라, 살인자” 소리…일본 공개 ‘DJ 납치 그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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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 경시청이 일부 공개한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수사 기록을 보도한 25일 아사히신문. [아사히신문 캡처]

일본 경시청이 일부 공개한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수사 기록을 보도한 25일 아사히신문. [아사히신문 캡처]

일본 아사히신문은 25일 일본 경찰의 ‘김대중 납치 사건’ 수사 기록 일부를 보도했다. 일본 경시청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총 13쪽 분량의 기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은 1973년 8월 8일 일본 도쿄 그랜드 팰리스호텔 2210호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반(反) 박정희 운동을 벌이던 김 전 대통령은 일본 지부 조직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상태였다. 납치됐던 김 전 대통령은 닷새 뒤에 서울 동교동 자택 인근에 풀려났고, 납치사건 수사는 한·일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104명 규모의 대규모 수사본부를 설치했던 일본 경찰은 범인 중 한명으로 당시 김동운 주일 한국대사관 일등 서기관을 지목하고 조사 요청을 했지만,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서다.

1973년 사건 당시 기자회견을 한 김 전 대통령 모습. [중앙포토]

1973년 사건 당시 기자회견을 한 김 전 대통령 모습. [중앙포토]

일본 경시청이 아사히에 제공한 자료는 김 전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1998년 2월 2일 작성됐다. 아사히는 “이번 정보공개 청구로 처음 공개된 부분”으로 호텔 투숙객 증언을 소개했다. 사건 당일, 호텔 투숙객은 “엘리베이터를 두 명이 탔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1명의 남성이 ‘도와달라, 살인자’라며 도움을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이 제시한 사진을 보고는 김 서기관이 있었다는 취지 증언도 있었다. 납치 현장에 남아있던 배낭의 판매처도 일본 경찰은 확인했다. 판매처는 배낭을 샀던 2명 중 1명이 김 서기관을 닮았다는 증언도 했다.

납치 뒤 출국 루트에 대한 수사도 이뤄졌다. 일본 경찰은 간사이(關西) 지역의 아지트 수사도 했는데, 공개된 기록엔 김 전 대통령 진술이 실렸다. “고속도로에서 길을 물어본 뒤 1시간 정도 달려 ‘안의 집(アンの家)’에 가자고 했다. 마루 거실 지나 다다미방으로 끌려갔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경찰은 “안씨 성 및 엘리베이터가 딸린 맨션(아파트)을 수사했지만 특정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아사히는 “비밀, 극비 문건은 해제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비밀로 등록되어 있지만, 정보공개청구로 일부를 공개해왔다고 경시청은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편 2007년 한국 국가정보원 진실규명위원회는 납치 사건이 중앙정보부 요원 등 20여 명이 연루된 조직적 범행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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