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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 처리 불발…전국 4만 가구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월 31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공사 현장. 뉴스1

지난 10월 31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공사 현장. 뉴스1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의 문턱을 또다시 넘지 못했다.

국회 국토위는 이날 국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안건을 보류했다.

이날 소위 통과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다. 실거주 의무를 두되 주택을 처분하기 전까지만 의무를 다하면 되도록 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발의안을 중심으로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국 민주당 국토위원들 간 이견으로 법안 처리가 보류됐다.

국토위는 소위를 한 차례 더 열어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실거주 의무에 묶인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등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아파트는 전국 72개 단지, 4만7595가구다.

실거주 의무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입주 시점에서 2∼5년간 직접 거주해야 하는 규정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2021년 2월에 도입됐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을 받아놓고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버리는 투기 행위와 전세 사기 행각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도입시부터 목돈이 없는 수분양자들의 어려움을 살피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초 입주부터 연속 거주를 강제해 국민 주거 이전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신축임대주택 공급 위축 우려가 나왔다.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최악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 수준으로 집을 되팔아기까지 해야한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 시장이 얼어붙자 정부는 올해 1월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실거주 의무도 폐지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갭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야당 우려 등으로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서는 현재 금리 변동 등 여러 여건 변화로 실거주가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위원회를 신설해 심사한 후 거주의무 예외사유로 인정하는 대안이 제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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