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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아미타불” 운수업 선진화/김창욱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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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려공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사람 하는 일 사흘가는 것 못봤다』는 이웃 중국인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조롱이다.
우리 정치인·관리들이 너무도 안목이 없고 시야가 좁고 줏대·소신이 없어보여 나온 얘기일텐데 그 버릇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모든 분야가 대체로 비슷하지만 그중에도 운수행정에 관해서는 중국인들의 『사흘 못간다』는 옛평가가 지금도 말 그대로 들어맞을 것 같다.
「깨끗한 택시,인사하는 운전사」를 구호로 내걸고 교통부가 택시선진화운동을 편 것이 불과 2∼3년전,올림픽준비작업의 하나였다.
88올림픽을 전후해 택시서비스는 한결 나아졌다.
땟국에 절어 승객에게 불쾌감을 주었던 시트도 깨끗해지고 승차거부·부당요금징수·합승강요 등 불법영업도 다소 줄어드는듯 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고 행정당국의 단속의 끈이 느슨해지면서 승차거부·합승행위·부당요금 징수 등 고질병은 재발하기 시작했다. 만2년이 지난 이제 택시는 「선진화」착수 이전보다도 뒷걸음을 친 상태다. 고려공사삼일,도로아미타불이다.
이런 현상이 택시만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화물차,고속·시외·관광버스 등 운수사업 전반에 걸쳐 정부시책은 원칙이 있는지 없는지,장기적인 목표와 단기실천과제가 어떤 것이며 그런 것이 있다면 제대로 끌고나갈 의지나 능력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게 쳇바퀴를 돌아왔다.
어느때는 택시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다 갑자기 소형화로 선회하는가 하면 다시 또 대형화로 돌아서고 회사직영체제·운전기사 월급제가 노사관계 안정의 선결과제라고 밀어붙이다가는 얼마안가 흐지부지다. 도급제·지입제까지 되살아나도 수수방관이니 대체 정부와 정책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요즘 택시·버스 등 운수업계는 대도시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으로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차가 막혀 수입이 줄자 운전기사들의 대규모 이직현상이 나타나 운수회사마다 운전사를 못구해 세워둔 차가 20%를 넘는다.
기름값마저 올라 운영난이 심화되면서 해묵은 부조리가 되살아나고 있는데도 행정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감감 무소식이다.
택시운송사업이 공공의 편의를 우선으로 하는 서비스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푼이라도 더벌기 위해 무법질주할 수 밖에 없다」는 운수업 종사자들의 논리는 물론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정부의 속수무책 방관은 더욱 용납될 수 없는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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