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맞서 몸집 불리기…티빙·웨이브 합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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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과 웨이브가 한 몸이 된다. 최근 토종 1등으로 치고 올라온 쿠팡플레이를 따돌리고 넷플릭스에 버금가는 국내 최대 OTT 서비스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합병으로 몸집을 키워 넷플릭스와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CJ ENM과 SK스퀘어는 전날 각사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양사 관계자는 “OTT 사업자로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MOU를 체결했다”며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실사 작업을 거쳐 내년 1분기 본 계약을 추진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내년 말 합병 법인을 출범하는 것이 목표다. 티빙의 지분 48.85%를 보유한 CJ ENM이 최대 주주, 웨이브 지분 40%를 보유한 SK스퀘어가 2대 주주가 될 전망이다. 세부 내용은 본계약 때 확정된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토종 OTT들의 벼랑 끝 생존 전략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10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 수(MAU) 1137만명으로 독보적인 1위다. 2~4위인 쿠팡플레이(527만명), 티빙(510만명), 웨이브(423만명)는 넷플릭스 MAU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 시 합산 MAU가 933만명(중복 가입자 포함)으로 늘어나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전망이다. 두 서비스의 중복 가입자가 상당할 수 있어, 합병 후 실제 구독자는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 그래도 두 회사가 각자 콘텐트 제작사와 거래할 때보다는 협상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일단 체급을 높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출혈성 마케팅 경쟁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구독 서비스 다이어트’에 들어가는 소비자가 늘면서 OTT 시장 환경은 더욱 척박해졌다. 지난해 국내 OTT 시장에서 돈을 번 곳은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넷플릭스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43억원, 이 기간 티빙은 손실 1191억원, 웨이브도 손실 1217억원을 기록했다. 합병 후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높이거나 가입자 수 자체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트리밍 시장 가입자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구독료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도 커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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