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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기자,「회견내용」 녹음/노대통령 소 나들이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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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크렘린궁서 아쉬운 작별인사/학자·경제인에 한­소 협력 역설
○공동학술센터 제의
▷연구소 방문◁
○…노태우 대통령은 16일 오전 소련 물리학의 산실인 요페물리기술연구소를 방문.
아페로프 소장은 『소련 최고의 물리학자로 「물리학의 어버이」로 불리는 고 요페 박사가 1918년에 설립한 이 연구소는 현재 반도체·광학·전자공학·고체물리학·초전도체·핵융합·천체물리학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 연구소에서 지금까지 4명의 노벨상 수상자,60여 명의 소련과학아카데미 정회윈,30여 명의 레닌상(소련 최고의 과학기술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소개.
아페로프 소장은 『현재 대우와 합작사업을 하고 있으며 서울대와도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했다』면서 『한소 공동학술연구센터를 설립토록 하자』고 제의.
노 대통령은 『반도체의 경우 일본이 돈을 다 벌고 있는데 한소 양국의 첨단기술과 응용기술이 접목되면 우리가 그 돈을 나눠 가질 수 있다』며 기술협력 필요성을 역설.
○족집게같은 지도자
▷기자간담회◁
○…노태우 대통령은 16일 아침(현지시간) 숙소인 네바강변에 자리잡은 레닌그라드시 영빈관에서 수행기자단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이번 방소의 소감과 성과에 대해 소상히 설명.
노 대통령은 이날 55분간 계속된 간담회에서 『이번 방문을 통해 체제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를 실감했다』며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해력도 빠르고 문제 핵심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명석한 지도자였다』고 평가하고 『사람들은 러시아인들이 잘 속인다고 하나 마음이 통하면 모든 것을 다 벗어주고 신의를 제일 중요시 여기는 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피력.
양국간 경제협력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노 대통령은 미묘한 부분이라고 감지한 듯 『경제협력이란 것이 무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지 말라』고 손을 내젓고는 『소련사람들은 체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무상은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박물관·사원 관람◁
○…노태우 대통령 내외는 방소 마지막 일정으로 레닌그라드의 에르미타즈박물관을 방문,1시간30분 동안 소장품을 감상.
에르미타즈박물관은 영국의 대영박물관,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소장품 1점당 1분씩 관람하면 모두 5년이 걸릴 정도로 많은 동서양의 유물·미술품·각종 세공품 등이 소장돼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일요일인 16일 오전(현지시간) 레닌그라드지역 제1부사령관과 기념비 관리소장의 안내로 레닌그라드시내 승리의 광장에 있는 레닌그라드 수호기념비에 헌화,지난 41년부터 45년까지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봉쇄작전에 대항해 기아 속에서도 이곳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레닌그라드시민들의 넋을 추모.
○현지 언론 상세 보도
▷현지 언론 표정◁
○…노태우 대통령을 맞은 레닌그라드의 현지 언론들은 노 대통령의 상세한 이력과 인물을 소개하면서 방문사실,한소 관계 전망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에 보도.
레닌그라드 프라우다는 도착 당일인 15일자에서 노 대통령의 소련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노 대통령은 민주화로 국내적 안정을 이루었으며 국제적으로는 과거에 관계가 소원했던 공산국가들과도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등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
또 현지의 유일한 TV방송인 레닌그라드TV는 가장 시청률이 높은 오후 8시대의 『Fact』라는 프로그램의 톱뉴스로 노 대통령의 레닌그라드 도착소식을 길게 보도했고 16일 저녁에는 특집프로를 방송.
○“열매맺도록 노력”
▷경제인 오찬◁
○…2박3일간의 모스크바 일정을 마치고 레닌그라드로 떠나기 직전 노태우 대통령은 15일 오후 1시(현지시간) 옥차브랴스카야호텔에서 소련의 경제계·학계 주요인사 33명을 초청,오찬을 베풀고 『이제 막 개막된 한소 새 시대가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노력하자』고 역설.
이날 오찬에는 우리측에서 공식·비공식 수행원과 이건희 삼성·정주영 현대·구평회 럭키금성·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조중건 대한항공 사장 등 수행경제인단 20명이,소련측에서는 콜레스니코프 전자산업부 장관·베르부쉰 체신부 장관·체르노므이르진 국영가스공사 사장·마르티노프 IMEMO 소장·아르바토프 미국 및 캐나다연구소장·티타렌코 극동연구소장·카피차 동양학연구소장·로그노프 모스크바대 총장 등 33명이 참석.
노 대통령은 『한국기업은 한소에 공장을 세우거나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소비재의 생산,자원개발,사회간접자본의 확충에 참여할 수 있고 양국은 자원을 제품화하고 소련의 첨단기술을 상용화하여 넓은 세계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소 경협의 방향을 제시.
○두 정상 친숙함 보여
▷공식환송회◁
○…노태우 대통령 내외는 15일 낮 12시30분 크렘린대궁전 기오르기예프스키홀에서 열린 공식환송식에 참석,고르바초프 대통령 내외와 작별인사를 교환.
낮 12시30분 정각 장방형의 남쪽과 북쪽 문을 통해 노 대통령 내외와 고르바초프 대통령 내외가 중앙홀로 걸어나오면서 시작된 환송식은 약 10분간에 걸쳐 간결하게 진행됐는데 두 대통령 내외는 시종 밝은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면서 작별을 아쉬워하는 모습이 역력.
노 대통령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바짝 다가가 뭐라고 얘기를 하자 두 대통령은 크게 웃으면서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는데 이때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특유의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보여 노 대통령에 대한 친숙함을 표시.
○임양 거론해 눈길
▷결산 기자회견◁
○…노태우 대통령은 15일 오전 11시부터 노보스티통신사 사옥내의 외무부 부설 프레스센터에서 1시간 가량 자신의 모스크바 방문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방소 성과·감회 및 고르바초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내용 등에 대해 설명.
노 대통령은 회견문 낭독 후 6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한·중·북한 관계개선방안 ▲페르시아만사태에 대한 정부의 입장 ▲임수경양 등 방북구속자 문제 ▲소련내 한인 이주대책 등을 물은 데 대해 통역을 통해 자세히 답변.
노 대통령은 특히 소련 콤소몰프라우다지 기자가 임양 석방여부를 묻자 『내가 그 학생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그 학생의 동정을 살피고 있으며 반성하고 개과천선하는 자세를 지켜본 뒤 머지않아 온정을 베풀 것』이라고 말해 주목.
우리측 공식수행원들이 모두 배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견에는 1백50여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는데 특히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소련특파원인 장공섭 기자도 참석,회견내용을 녹음까지 하고 질문을 위해 손을 들기도 해 눈길. 장 기자는 회견 후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왜 남쪽이 우리의 불가침선언 제의를 안 받았는지 여부와 남한내 미군 및 핵무기 철수문제 등을 물으려 했는데 질문권을 주지 않아 섭섭하다』고 불평.
○옐친과 만나 환담
▷옐친 대통령 접견◁
○…노태우 대통령은 15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오후 3시30분) 숙소인 영빈관 접견실에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의 예방을 받고 『이렇게 찾아주셔서 고맙고 지난번에 친서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옐친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각하를 뵙게 돼 영광이며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
이어 두 사람은 환담에 들어갔는데 노 대통령은 『한소 양국이 이제 상호협력을 위해 새로운 지평을 연만큼 러시아공화국도 양국간이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
옐친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조하여 개혁정책을 추구해가고 있다』고 강조.<레닌그라드=이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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