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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논술방] 어떤 두 예술가의 예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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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문 (가)와 (나)는 완전히 대조되는 두 예술가의 성향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글(가)의 쇼는 개인적인 상황이나 문제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하나의 가치, 자신의 예술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고, 글(나)의 베를리오즈는 예술가로서 예술을 추구하되 현실과 타협해 나가면서, 즉 현실에서 너무 벗어나려고 하지 않으면서 예술 행위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예술가가 예술을 하는 목적과 예술이 인류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우선 예술은 인간에게 미적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그 목표 말고도 그것이 인간이 살고 있는 시대와 다가오고 있는 시대, 또 보편적이며 절대적인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는 데 있다. 즉 예술가는 일차적으로 인류에게 '예술'이라는 형식으로 헌신, 봉사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모차르트, 베토벤, 반 고흐, 렘브란트…. 음악사와 미술사의 빛나는 거장들이 살았던 삶은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살았던 안락하고 정상적인 삶이 아니었다. 모차르트를 예로 들어보자. 자신이 원하는 곡을 작곡하고, 자신의 음악을 추구했던 모차르트는 가족들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고 가난에 찌들어 죽었다. 동시대에 살았던 살리에리는 궁정악장으로 있으면서 모차르트에 비해서는 매우 정상적인 삶을 살았다. 자, 오로지 예술 하나의 가치를 위해 헌신했던 모차르트와 현실에 타협해 가며 적당히 예술을 추구했던 살리에리. 21세기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를 기억하고, 또 누구를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해주는가? 모차르트다.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예술가에게는 영감의 중요도가 매우 높고, 또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찰스 스트릭랜드는 자신을 돌봐준 화가의 아내를 빼앗을 정도로 부도덕한 자이다. 즉 그는 그의 예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어떠한 조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설의 화자는 끝내 스트릭랜드가 병마에 찌들어 죽어가면서 그린 예술혼이 생생히 녹아들어 있는 여러 그림들을 보면서, 참된 예술가와 예술에 대해서 자문하게 된다.

◆첨삭·총평

논거 다양하게 제시 … 문단 배치에 아쉬움

제시문에서 인용된 두 예술가의 예술관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요구하는 논제였다. 눈치 챈 학생들도 있었지만, 지난 회의 논제가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엔 예술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다. 여러 편의 글이 올라왔는데 아쉽게도 '예술관'이 핵심어라는 것을 짚어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단순히 '일과 가족' 혹은 '직업과 사생활'의 선택 문제로 논의를 펴나가기도 했고, 두 예술가가 모두 옳다는 결론으로 주장이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우리 학생들이 제시문이 간략한 반면 깊이 읽고 깊이 생각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논제에 오히려 취약한 듯하여 염려스럽다.

조민서 학생은 논제를 매우 잘 이해했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논거들을 매우 다양하고 풍성하게 제시했다. 또 개성과 힘이 있는 문장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표현력도 칭찬해주고 싶다. 아쉬운 점은 전체 글의 구성에서 문단을 계획적으로 배치하지 못한 것이다. 주어진 분량을 많이 초과했는 데도 마지막 결론 부분이 문단의 구분 없이 황급히 끝맺고 있다. 본론의 내용을 조금 줄이고 결론 문단을 따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오길주 문예원글로피아 원장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중학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20명을 골라 문예원글로피아 연구원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또 우수 논술 한 편을 골라 총평과 함께 지면에 게재합니다. 제시문은 중학논술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주제=박지원의 <허생전>과 지문 , 의 1), 2), 3)을 읽고 조선조 당대의 사정과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허생의 캐릭터에 담긴 박지원의 생각' 이라는 제목으로 논술하라.(8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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