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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세계1위’ 메모리판 흔들린다는데...“기회의 문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메모리 부문 수석부사장이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제조기술학술대회(KISM 2023)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정과 소재 기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메모리 부문 수석부사장이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제조기술학술대회(KISM 2023)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정과 소재 기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이희권 기자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D램 메모리 업체를 겨냥한 반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다만 설계 및 제조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고부가 상품으로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제기된다.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수석부사장은 23일 폐막한 국제반도체제조기술학술대회(KISM 2023)에서 “D램 제조공정에서 2년 남짓 벌어졌던 삼성전자와 세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의 기술 격차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KISM은 최신 반도체 연구 동향을 논의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례 반도체 국제학술대회로, 올해는 19~23일 전 세계 15개국에서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렸다.

최 수석부사장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5세대(1b) 공정의 LPDDR5(모바일용 저전력 D램)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지난 9월 출시된 애플 아이폰15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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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38.2%‧올해 2분기 기준)와 SK하이닉스(31.9%)의 시장 지위는 탄탄하다.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25.8%였다. 최 수석부사장은 “삼성이 칩 설계와 생산량, 수율, 극자외선(EUV) 도입 등에서 여전히 앞서 있다”면서도 “마이크론이 일본 엘피다 인수 후 무섭게 따라붙는 추세”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미국과 일본 연구소에서 각각 차세대 D램 공정을 번갈아가며 미리 개발하는 전략을 사용해 삼성을 추격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5월 10나노급 5세대 DDR5를 개발해 인텔에 공급하는 등 주도권 경쟁에 가세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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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지금부터다. 업계에서는 현재 10나노 초반에 도달한 D램 초미세 공정이 10나노부터 물리적 한계에 맞닥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3차원(3D) D램, 4F스퀘어 등 ‘10나노의 벽’ 돌파를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아직은 연구 초기 단계인 상황이다. 새로운 기술 표준이 정해진다면 반도체 설계부터 지금과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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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K-메모리에 위기이자 기회의 순간이 찾아왔다고 본다.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범용 제품의 메모리 반도체가 시스템 반도체를 보조하던 조연 역할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도 맞춤형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진일섭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메모리 시장에서 커다란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례처럼 고객들이 원하는 성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을 막 시작한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연산처리장치와 저장장치 사이 문턱이 낮아지고 있어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분명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준비하는 중”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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