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남북통일 적극지원”/노­고르바초프/단계적 통일방안에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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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북아 평화정착 노력 노대통령/방한시기 안미루겠다 고르비/노대통령 오늘 레닌그라드로
【모스크바=이규진 특파원】 노태우 대통령은 방소 사흘째인 15일 오후 모스크바방문을 마치고 레닌그라드로 떠남으로써 사실상 방소일정을 마무리 짓는다.
노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떠나기에 앞서 이날 오전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최고회의 의장을 접견,소련의 경제개혁과 한소 우호 및 경제협력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이어 노보스티통신 사옥내에 있는 외무부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방소 의의와 결과를 설명한다.<관계기사 2,3,4면>
노 대통령은 14일 저녁 7시(한국시간 15일 오전 1시) 레닌언덕에 있는 소 정부 공식연회장에서 베풀어진 고르바초프 대통령 초청 공식만찬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한소 양국간에 얼음이 깨졌다면 모스크바에서 두 나라 관계는 봄을 맞고 있다』며 『오늘 우리가 함께 서명한 공동선언은 동북아시아를 한 지붕 아래 모이게 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세계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 통일을 이루려는 한국민의 염원을 실현할 희망이 높아지고 있다』며 『남북한간에 총리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반갑게 생각하며 남북한간의 대화진전에 대해 공감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모스크바대학에서 가진 연설에서 『스탈린시대에 나라를 불바다로 만든 한국전쟁이 일어났고,83년에는 소련공군기에 의해 우리 민간여객기가 피격됐다』고 상기시키고 『한소 양국은 어두웠던 지난날의 불행을 씻고 이제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4일 오전 크렘린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남북한 문제와 관련,『먼저 신뢰구축을 통해 단계적인 군축을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고,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우리의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통일방안에 전적인 공감을 표시한 뒤 『통일문제는 기본적으로 남북한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나 소련은 이에 도울 일이 있다면 적극 돕겠다』고 말하고 남북통일 문제는 궁극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배석한 이수정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한 유엔 가입문제에 대해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이 한반도 평화정착은 물론 남북한간의 협력증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며 북한이 핵안전협정 조속히 가입하는 것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바람직하다』면서 북한의 조속한 핵안전협정 가입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유엔의 보편성 원칙,핵확산의 반대 등 소련의 입장을 북한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는 뜻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안의 민감성에 비추어 더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를 유보키로 양국간에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14일 『한국방문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과 소련 쌍방은 적합한 시기를 선택할 것이며 방문시기는 너무 멀리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조기 방한의사를 명백히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소간의 「모스크바선언」에 노태우 대통령과 서명하는 자리에서 한소 양국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이같이 말하고 『오늘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방한을 초청해준 데 대해 깊이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같은 의사표명에 따라 그의 방한이 내년 봄 이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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