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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제 신작소설 낸 조정래… “운동권 출신에 기대가 컸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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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욕은 인간의 실존을 밝히는 열쇠입니다. 부자로 살고 싶다는 건 모든 인간의 공통된 욕망이죠. 돈이 인간을 어떻게 구속하고 지배하는지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소설가 조정래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황금종이'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조정래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황금종이'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백산맥』, 『아리랑』 등 한국 근현대사를 파헤친 대하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원로 작가 조정래(80)의 신작 장편 『황금 종이』(총 2권·해냄출판사)가 나왔다. 이번 작품의 주제는 ‘돈’이다. 조정래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돈을 주제로 하는 소설인데 문학적인 은유를 더해서 ‘황금 종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사회주의가 망한 뒤 자본주의가 이 세상의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돈은 더 막강해졌다”며 “인간은 어째서 돈에 그렇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가를 소설로 쓰고자 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운동권 출신의 인권 변호사 이태하와 그 선배 한지섭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조 작가는 “군부독재를 밀어내고 민주화를 이룬 게 운동권 출신들”이라며 “당시 운동권이 그 초심을 지켰다면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세상이 됐을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제가 『태백산맥』을 쓰고 있을 때 응원해 주던 그 사람들에게 제가 거는 정치적 기대이기도 했는데 그렇게는 안 됐죠. 결국 권력욕으로 인해 변질하는 것, 그게 인간의 속성입니다. (캐릭터를 만들 때) 특정 인물을 모델로 둔 것은 아니지만, 흔히 운동권에서 보아왔던 누구쯤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

조정래 신작 장편 『황금종이』 표지. 사진 해냄출판사

조정래 신작 장편 『황금종이』 표지. 사진 해냄출판사

조 작가는 386세대에 거는 희망을 ‘한지섭’이라는 캐릭터에 투영했다. 한지섭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정치계에 입문하지만, 초심을 잃고 권력에 야합하는 운동권의 모습에 귀농을 결심하는 인물이다.

등단 53년 차인 조정래는 작가로서의 마지막을 준비 중이다. 그는 “차기작은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며 “불교적 세계관을 토대로 내세에 대한 작품을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고민을 담은 작품을 쓰고 싶다. 6년 안에 출간하는 것이 목표”라면서다.

올해 여든이 된 그는 “왼쪽 귀가 안 들리고 하루 3시간 이상 책을 읽기 어려울 만큼 체력이 약해졌지만, 정신만은 또렷하다. 하루에 많게는 원고지 20장씩 썼다”며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소설을 쓸 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이걸 쓴다고 뭐가 바뀔까.’ 하지만 바뀌지 않아도 써야 합니다. 그래도 노력하는 게 작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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