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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AI 인재' 빠져나간다…"돈 때문? 발상 바꿔달라" [AI전쟁 시즌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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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UAE는 2019년 세계 최초로 AI 전문 대학원 ‘모하메드 빈 자예드 AI대학교’(MBZUAI)을 설립하고, 국적과 관계 없이 학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숙소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MBZUAI의 전경. 사진 MBZUAI 홈페이지 캡처

UAE는 2019년 세계 최초로 AI 전문 대학원 ‘모하메드 빈 자예드 AI대학교’(MBZUAI)을 설립하고, 국적과 관계 없이 학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숙소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MBZUAI의 전경. 사진 MBZUAI 홈페이지 캡처

한국은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을 보유한 인공지능(AI) 강국이지만, 인재 풀이 좁고 외부 인력 유입이 적은 AI 인재 순유출국가다. 캐나다 AI 솔루션기업 엘리먼트AI의 공동창업자 장 프랑수아 가네가 국가별 AI 인재들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AI 인력 유입 지수(-0.297)는 마이너스로, AI 인재를 해외에 공급하는 ‘생산국’, 즉 인재 유출국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국(6.169), 영국(1.6), 독일(0.823), 캐나다(0.615) 등 AI 기술 선진국들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AI 인재가 더 많은 유입국이었다.

AI 구인난을 해소하려면 해외 인재를 끌어와도 부족한데, 현실은 기껏 키운 고급 AI 인재마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AI 기술 개발과 산업 혁신의 선순환을 고려해, 정부가 AI 인재 확보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 AI 스타트업 아르밀라의 음병찬 아태 지역 총괄은 “한국은 AI 인재가 선진국으로 빠져나가는 지역인 만큼 잔류·유입을 위해 국가적인 인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파격 지원하는 중국·싱가포르·UAE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주로 자본력을 내세워 AI 인재를 끌어 모으고 있다. 중국은 해외 인재 유치 정책 ‘천인계획(千人計劃)’의 후속으로 AI·반도체 등의 인재를 겨냥한 ‘치밍(啟明)’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주로 미국 명문대 박사 출신 연구진을 대상으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채용과 연계해 주택 구입 보조금, 300만~500만 위안(5억4200만~9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싱가포르 창업 컨설팅 업체 윌트벤처빌더의 원대로 대표는 “싱가포르 정부가 고급 기술자용 취업비자 제도를 신설하고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계 석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거액의 장학금과 정착지원금을 주는 등 AI 인재 유치에 재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UAE는 2019년 세계 최초로 AI 전문 대학원 ‘모하메드 빈 자예드 AI대학교’(MBZUAI)을 설립하고, 국적과 관계 없이 학생 전원에게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숙소를 지원하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갈라파고스 벗어나, 글로벌 놀이터 만들어라”

하지만 고급 AI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보상 못지 않게 연구 생태계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송 KAIST 김재철AI대학원장은 “4년 전 글로벌 빅테크에서 일하는 한국인 AI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귀국을 고려할 만한 조건’을 설문조사했더니, 1순위는 우수한 동료 연구진, 2순위는 데이터·컴퓨팅 시스템 같은 AI 연구 인프라, 3순위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연구 문화였다”고 소개했다. 당시 조사에서 급여 수준은 귀국 고려 대상 4순위에 그쳤다고 한다.

AI 업계에선 인재 유치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음병찬 총괄은 “한국이라는 ‘갈라파고스’에 머무는게 아니라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같이 연구하고 있다는 심리적 만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 있더라도 세계적인 연구진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글로벌 연구 놀이터’를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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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에 해외 공동연구를

해외 공동연구 활성화도 해법으로 꼽힌다. 국내 연구자와 해외 유명 연구기관, 해외 연구자와 국내 기업이 함께 연구하는 경험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국가 간 공동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도 글로벌 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독일 베를린 주정부 산하에 설립된 베를린파트너는 국적과 관계 없이 학계와 스타트업이 교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베를린파트너의 아미라 구트맨 트리엡 매니저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국적과 상관 없이 내국인과 동일하게 지원하고 비자 문제, 초기 자금 확보 등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텔아비브 등에 있는 400여개의 글로벌 기업 R&D 센터를 AI 전략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각 글로벌 기업 소속의 R&D 센터지만, 이스라엘 정부도 함께 투자해 기술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유망 기술 인재를 키운다. 이는 투자 성과로 이어진다. 글로벌 투자 분석기관 딜룸에 따르면 2019년부터 4년 동안 집행된 생성AI 투자액 국가별 순위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나 네이버 등 한국 기업을 제외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중 국내에 R&D 센터를 두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한국무협협회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마인드더브릿지의 지난 6월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글로벌 기업의 R&D 센터는 총 48곳으로 대부분 화학·자동차·바이오 분야였다.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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