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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영농부산물 태우지 말고 ‘파쇄’로 해결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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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남성현 산림청장

남성현 산림청장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산불·홍수 등 재난이 유난히 많이 발생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극한 산불과 홍수는 세계인을 위기감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구적 위기인 기후재난으로 인한 디스토피아(Dystopia)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2년 ‘글로벌 산불보고서’는 심각한 기후변화와 토지 이용 변화로 극한 산불이 2030년에 14%, 2050년에 30%, 2100년에는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재난과 같이 우리나라도 대형산불이 작년에 11건, 올해 8건 발생했다. 산불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신속한 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진화 헬기나 진화인력 등 자원을 무한정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산불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예방이다.

산불은 입산자 실화, 소각, 담뱃불 실화, 작업장 실화 등 대부분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전체 산불의 26%를 차지하고 있는 소각산불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봄철 농촌에서 영농 준비를 위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 소각행위를 막아야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산림보호법’을 개정하여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소각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의가 아닌 실수로 산불을 낸 경우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래도 영농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한 불법 소각행위는 여전하다.

산림청은 매년 산불조심기간에 농촌지역 마을회관에 산불예방 포스터를 붙이고 주민들에게 귀가 따가울 만큼 소각산불의 위험성을 알린다. 공무원들이 가가호호 직접 찾아가 영농부산물을 소각하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또한, 진화인력을 동원해 일부 영농부산물 파쇄를 도와주는 노력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관행적인 불법 소각행위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산림청과 농촌진흥청은 ‘찾아가는 영농부산물 파쇄 지원사업’ 예산을 확보하고 2024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찾아가는 영농부산물 파쇄 지원사업’은 전문 파쇄팀이 산림과 연접된 고령 농가의 밭을 찾아가 파쇄를 지원하는 제도다. 산불의 26%를 차지하는 소각산불을 줄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난 50년간 국민과 함께 가꾼 울창한 숲은 현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물론이고 미래세대까지 이어져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농촌에서 무심코 태우는 논·밭두렁, 고춧대, 콩대, 깻대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숲을 앗아가지 않도록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산불 예방에 힘써야 한다. 간곡히 부탁드린다.

남성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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