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거래방지 유엔협약 가입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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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요즘 신문을 보면 끔찍한 살인사건들이 연일 터지고 있는데 이러한 사건들은 마약복용으로 인한 환각상태에서 범행이 저질러지고 있다고 하니 이만저만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대마초를 상습흡연 해온 혐의로 구속된 인기가수와 작곡가 등의 경우도 마약이 그게 확산되고 있음을 뜻하는 하나의 경종으로 받아들여져 사회에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 마약의 확산을 좌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끔찍한 환각범죄를 부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번 천인공노할 일가족 암매강사건의 주범만 해도 환각상태에서 그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으며 작년 5월 부산에서 있었던 30대 가장의 일가족 살해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마약은 주로 연예인이나 유흥업소·기지촌주변 등 극히 일부 계층에 한정되어 상용되었는데 최근에는 가정주부·운전사·학생, 그리고 심지어 농촌에까지 파급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어가고 있다는데 더욱 문제의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마약을 맞는데 쓰이는 1회용 주사기가 전국 곳곳의 주택가 쓰레기통에서 무수히 발견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신문보모를 보면서 우리사회가 이제는 갈데 까지 간 느낌이다. 경찰은 이런 상태가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될 경우 불과 3∼4년 안에 히로뽕 상용자는 무려 1백여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 늘어날 환각범죄를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마약이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흔히 마약류 남용을 가능케하고 유인하는 원인으로 사회의 병폐, 특히 향락과 사치·퇴폐풍조, 그리고 인명경시풍조와 배금주의 만연은 들고있는데 지금 우리사회가 바로 그런 병을 앓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약근절을 위해서는 우선 철저하고도 지속적인 단속이 이루어져야하며 동시에 전국민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대내적인 수사공조체제의 구축은 물론 국제적인 수사공조체제의 확립이 시급하다. 그런 뜻에서 뒤늦게나마 한미간에 형사사범공조조약과 범죄인인도조약 체결이 간이신 것은 평가할만한 진전이라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국제범죄조직의 마약밀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유엔이 정한 「마약류 불법거래방지협약에 적극 가입하는 문제도 서둘러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김융웅<경기도 고양군 일산읍 일산8리 646의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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