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영화'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의 그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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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패션에디터들은 패션 기사 마감하랴 옷 챙겨 입으랴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언제나 활기차다. 패션잡지 쎄씨의 송보영 에디터左와 고급패션지 인스타일의 이지은 에디터右. [사진=김태성 기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인기다. 그럼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메릴 스트리프)의 직업인 패션 에디터는 뭐하는 직업일까. 패션 에디터는 패션 잡지에 패션과 관련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일컫는다. 화장품.헤어스타일 등을 담당하는 기자들은 뷰티 에디터로 불린다. 영화 속 패션 에디터들은 늘씬한 몸매에 화장을 하고, 명품 정장을 차려입고 다닌다. 물론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유명 인사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고 패션 트렌드를 누구보다 먼저 접할 기회가 적잖다.

패션 에디터들은 잡지에 실리는 화보 촬영을 총괄하고 유행을 분석하는 기사를 쓴다. 유행 패션 아이템을 소개하고 어디에서 사면 싸게 살 수 있을지, 어떻게 코디해야 멋스럽게 옷을 입을 수 있을지를 제안하기도 한다. 사진 촬영을 직접 하지 않을 뿐 화보 촬영을 위해 소품과 의상을 결정하고 구성안을 만든다. 또 모델.미용사를 섭외하는 등 1인 다역을 해야 한다. 화보의 주제에 맞게 머리 모양이나 화장, 포즈까지 미리 구상해 놓아야 한다.

대부분의 패션 잡지는 월 단위로 발간된다. 패션 에디터들의 생활 주기 역시 한 달이다. 매달 15일 전후로 다음달 잡지기사를 올려야 한다. 마감 일주일 전에는 집에 못 들어가는 일이 허다할 정도로 바쁘다. 기사 원고를 넘기고 레이아웃을 잡는 등 일이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감이 끝나고 다음호 기사 기획을 시작하기 전 일주일 정도는 머리를 식힐수 있는 시간이다.

인스타일의 3년차 패션 에디터 이지은(26)씨는 "잡지 기자로 일해 보지 않고는 이 업무 강도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입사원이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단다. 특히 화보 촬영은 패션 에디터의 진을 빼놓는다. 패션 에디터가 직접 의류 매장들을 방문해 의상과 소품을 픽업하고 촬영을 도운 뒤 의상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체력이 아니고선 견디기 힘들다는 것. 여러 기사를 다 소화하려면 스스로 일정을 잘 조정해 한시도 허비하지 않아야 한다. 모델.미용사 섭외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씨는 "잡지 기자라면 화보 촬영 당일에 모델 섭외가 펑크 난 악몽을 안 꿔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일이 생기거나 촬영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아 친구들 만나기도 힘들다. '잡지 에디터 10년이면 친구가 없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매일 옷을 잘 차려입지도 못한다. 쎄씨의 패션 에디터 송보영(28)씨는 "장시간 서서 촬영을 진행할 때는 청바지 차림일 때가 많다. 패션쇼에 참석할 때는 세련되게 입으려고 하지만 비싼 명품을 많이 사둘 정도로 경제적 여유는 없다"고 말했다. 휘가로.마리끌레르 등 유명 패션잡지를 거친 7년차 기자인 그는 "영화를 보고 '나도 프라다를 입게 되지 않을까'라는 환상을 가지고 이 직업에 도전해선 절대 안 된다"고 조언했다. 패션 에디터가 되려면 우선 옷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특히 옷을 가지고 이리저리 꾸미는 것을 좋아하거나 쇼핑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다. 대부분 기자를 뽑을 때 전공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일부 매체는 패션이나 미술 전공자를 우대한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외국 잡지를 읽는 일이 많기 때문에 외국어 실력은 중요하다. 특히 인스타일.보그코리아 같은 라이선스 잡지는 패션 에디터가 번역을 하는 일도 있어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 대부분의 잡지사가 공채 전형에 작문 시험을 두고 글쓰기 능력을 검증한다.

쎄씨.인스타일.코스모폴리탄.슈어 등을 발행하는 중앙M&B는 현장 취재와 기사작성 능력을 본다. 이 회사 최양수 인사과장은 "영어 외에 제2 외국어 점수가 있으면 가산점을 받고, 기자직에 합격하는 이들은 보통 토익성적이 800점대 후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보그코리아.GQ 등을 발행하는 두산 잡지BU는 두산그룹 공채 때 신입사원을 함께 뽑는다. 그룹공채 전형에서 전문적 지식과 작문 시험을 넣어 에디터로서의 자질을 평가한다. 두산 잡지BU의 HR팀 오승우 대리는 "잡지 매체에 대한 관심이나 기획하고 싶은 기사 등을 주로 물어본다"며 "면접 때는 센스 있는 옷차림를 보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글=임미진 기자<mijin@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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