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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금리, 이·팔 전쟁 불확실성에도 정부 진단 "경기 둔화 완화"

중앙일보

입력

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

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

정부가 공식 경제진단에서 “경기 둔화 흐름이 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등 국제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 불확실성이 있지만, 반도체 등 수출이 반등하고 서비스업·고용 개선이 지속하며 경기 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공식 평가를 담은 보고서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펴낸 그린북과 비교하면 낙관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줄곧 “경기 둔화 우려”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다 2월부터 “경기 흐름 둔화”로 선회했다.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의미다. 이후 7월까지 6개월째 경기 둔화 판단을 이어갔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6월부터다.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했다”(6월호)→“하방 위험이 완화했다”(7월)며 경계수위를 낮췄다. 8·9월엔 경기가 하강한다는 취지의 ‘하방(下方)’ 표현마저 뺐다.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했다”(9월호)→“경기 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하고 있다”(10월호)며 경기 반등 전망에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 요약하면 경기가 6~7월 ‘저점’을 찍고 반등한다는 진단이다. 다음 단계인 ‘경기 회복’ 진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청신호’를 낸 근거는 최근 고용·수출 지표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0만9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2.3%로 같은 기간 0.1%포인트 줄었다. 1999년 이후 가장 낮았다. 9월 수출은 정보기술(IT)·석유화학 업황이 부진한 영향으로 1년 전보다 4.4% 감소했지만 감소 폭이 전달보다 크게 줄었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무역수지는 넉 달째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물가에 변수가 생겼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연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선언한 데다, 러시아도 연말까지 원유 수출을 하루 30만 배럴 줄이기로 하면서다. 최근 이스라엘 전쟁도 국제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6·7월 2%대까지 떨어졌다가 국제유가 급등으로 8월(3.4%)·9월(3.7%) 반등했다. 정부는 연말 물가가 3%대 초반 수준으로 내려가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8월부터 “경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7월을 ‘저점’으로 경기 반등을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세계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을 기존 2.4%에서 2.2%로 내려 잡는 등 전망이 엇갈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가장 최근인 5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반적으로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경기 흐름이 좋아지는 추세(상저하고·上低下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생산·수출·소비 등 종합적인 성장이 훨씬 뚜렷해질 것이란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연말인데 하반기 반등의 시점이 점차 뒤로 밀리고 있다”며 “정부의 낙관적인 경제진단은 경제주체 심리를 개선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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