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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살아나나…반도체 바닥 찍고, 무역흑자 2년래 최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반도체·중국의 수출 감소율은 연중 최소 폭, 무역수지는 최근 2년 내 최고치….

4분기를 코앞에 둔 지난달 수출 통계가 보여준 반등 신호들이다. 수출이 12개월 연속 역성장했지만 올해 들어 가장 좋은 지표를 나타내면서 이달 이후 ‘수출 플러스’ 전환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2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줄었다. 두 달째 한 자릿수 감소율이자 역성장이 시작된 지난해 10월(-5.8%) 이후 가장 적은 감소 폭이다. 수입액은 1년 전보다 16.5% 감소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7억 달러 흑자로 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흑자 규모는 2021년 9월(42억8000만 달러) 이후 가장 컸다.

수출 실적 전반의 회복세가 뚜렷했다. 1위 수출품인 반도체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3.6% 줄었다. 하지만 올 초 40% 넘게 급감하던 바닥에서 완연히 벗어나며 1년 만에 가장 적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월간 수출액도 99억4000만 달러로 올해 첫 100억 달러 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지난달 최대 시장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율은 -17.6%로 지난해 10월(-15.7%) 이후 가장 적었다. 월간 대중국 수출액은 연내 처음으로 110억 달러를 찍었고, 무역적자 규모도 1억4000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다른 주요 시장도 수출 반등에 힘을 실었다. 대(對)미국·유럽연합(EU) 수출은 각각 8.5%, 6.5% 늘면서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3위 시장’ 아세안으로의 수출은 8% 줄면서 올해 내내 이어지던 두 자릿수 감소율에서 탈출했다. 특히 대아세안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베트남이 두 달 연속 수출 플러스(3.4%)를 달성했다. 미국·EU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이들 국가를 향하는 수출품의 생산기지 역할인 동남아로의 중간재 수출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실적 개선에다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역성장한 걸 감안하면 이번 달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당초 -10~-7% 수준으로 봤던 지난달 수출 감소율이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면서 “연말인 12월 실적만 좋게 나오면 본격적인 수출 회복 국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도 “수출이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내세운 수출 ‘상저하고’까진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무협이 발표한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0.2로 한 분기 만에 다시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수출 기업들이 보는 4분기 경기가 전 분기보다 어둡다는 의미다. 중국의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아직 없는 데다 국제유가 고공행진과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 수출입과 무역수지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게 위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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