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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장관도 "변곡점"…'12개월 마이너스' 수출, 끝이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8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지난달 8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반도체·중국의 수출 감소율은 연중 최소폭, 무역수지는 최근 2년 내 최고치…. 4분기를 코앞에 둔 지난달 수출 통계가 보여준 반등 신호들이다. 수출이 12개월 연속 역성장에도 올해 들어 가장 좋은 지표를 나타내면서 이달 이후 '수출 플러스' 전환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줄었다. 두 달째 한 자릿수 감소율이자 역성장이 시작된 지난해 10월(-5.8%) 이후 가장 적은 감소 폭이다. 수입액은 1년 전보다 16.5% 감소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7억 달러 흑자로 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흑자 규모는 2021년 9월(42억8000만 달러) 이후 가장 컸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특히 수출 실적 전반의 회복세가 뚜렷했다. 1위 수출품인 반도체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3.6% 줄었다. 하지만 올 초 40% 넘게 급감하던 바닥에서 완연히 벗어나며 1년 만에 가장 적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월간 수출액도 99억4000만 달러로 올해 첫 100억 달러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지난달 최대 시장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율은 -17.6%로 지난해 10월(-15.7%) 이후 가장 적었다. 월간 수출액은 연내 처음으로 110억 달러를 찍었고, 무역적자 규모도 1억4000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수출 회복 속도가 중국보다 빠른 편이다. 업황 개선으로 이르면 4분기에 수출 플러스로 바뀔 수 있다"면서 "중국 경제는 내수·수출 모두 뚜렷하게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수출액과 무역수지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주요 시장도 수출 반등에 힘을 실었다. 대(對) 미국·유럽연합(EU) 수출은 각각 8.5%, 6.5% 늘면서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3위 시장' 아세안으로의 수출은 8% 줄면서 올해 내내 이어지던 두 자릿수 감소율에서 탈출했다. 특히 대 아세안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베트남이 두 달 연속 수출 플러스(3.4%)를 달성했다. 미국·EU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이들 국가를 향하는 수출품의 생산기지 역할인 동남아로의 중간재 수출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대신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자동차(9.5%) 실적도 느리게 둔화하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이러한 실적 개선에다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역성장한 걸 감안하면 이번 달부터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장상식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당초 -10~-7% 수준으로 봤던 지난달 수출 감소율이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지난해 4분기 시작된 수출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등도 있는 만큼 10~11월엔 확실히 증가세로 돌아설 거라고 본다"면서 "연말인 12월 실적만 좋게 나오면 본격적인 수출 회복 국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도 "수출이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흔들리던 수출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 국내 제조업도 활기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8%일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다. 특히 전체 수출액의 18.2%(지난달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이 살아나는 게 희망적이다. 산업부 측은 "메모리 감산 효과 가시화, 고성능 제품 수요 확대 등으로 반도체 수급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락세를 보이던 D램(DDR4 8기가)과 낸드(128기가)의 9월 25일 기준 현물가도 9월 1일 대비 3.4%, 0.8%씩 오르면서 반등 양상이 뚜렷하다.

다만 정부가 내세운 수출 '상저하고'까진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무협이 발표한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0.2로 한 분기 만에 다시 기준선 100을 밑돌았다. 수출 기업들이 보는 4분기 경기가 전 분기보다 어둡다는 의미다. 중국의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아직 없는 데다, 국제 유가 고공행진과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 수출입과 무역수지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게 위험 요소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수출 반등과 국내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긴 시기상조"라면서 "중국 경기, 국제유가 같은 변수가 많아 내년 초 이후에나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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