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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장기화 시사에 시장금리 요동…추경호 "필요시 '컨티전시 플랜'"

중앙일보

입력

미국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정부와 시장의 긴장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Fed가 내년 기준금리 전망 값을 크게 높이면서, 고금리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워서다. 정부는 상황에 따라 비상 계획인 ‘컨티전시 플랜’까지 꺼내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긴축 더 간다…내년 금리 인하 전망 ‘반 토막’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모두 발언에서 “고금리 장기화와 국제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한층 더 높은 경계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시에는 ‘컨티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에 따라 적기 대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0일(현지시간) 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했다. 같은 날 발표한 경제전망요약(SEP)을 통해 내년도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을 연 4.6%에서 연 5.1%로 0.5%포인트 올렸다. FOMC 위원들의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가 연 5.6%임을 고려할 때, 내년 예상 인하 폭은 기존 1%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반 토막 났다. 인하 시점도 기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도 길어지는 고금리 반영

이날 FOMC 이후 고금리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Fed 발표 직후 연 4.4%대까지 치솟으면 2007년 10월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Fed가 기준금리를 5%대까지 인상하고 고금리 장기화를 여러 차례 경고했었지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대 후반에 그쳤었다. 시장이 조만간 기준금리가 빠르게 내려올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쉽게 못 내려올 거라는 우려가 장기 시장금리에도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예상한 가장 높은 확률의 내년 말 기준금리도 기존 연 4.5~4.7%에서 Fed 발표 직후 연 4.75~5%로 올라갔다.

기준금리 안올려도 시장금리 자극 우려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연합뉴스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연합뉴스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면서 나타난 시장금리 상승이 미국에서 다른 나라로 도미노처럼 퍼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채 10년물이 국고채 10년물에 미치는 영향은 50%를 상회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미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한국의 시장금리도 따라 오른다는 의미다. 한은은 “국내 장기금리의 경우 여전히 미국 국채금리와 동조성이 높은 만큼, 이와 연계된 일부 대출금리, 은행채 및 회사채 금리 등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실제 Fed 발표 직후 국고채는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전일 대비 0.04%포인트 상승한 3.930%를 나타냈다. 국고채 10년물은 0.068%포인트 오른 4.031%를 기록했다. 모두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동결’은 다른 나라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끼친다. 특히 최근까지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 이번 Fed 발표를 기점으로 통화정책 전환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럴 경우 해외에 투자된 일본 자금이 일본으로 다시 빨려 들어가면서 금융 불안을 더 키울 수 있다.

Fed의 긴축 기조 강화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움직임이 나타남에 따라 정부는 금융 불안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추 부총리는 “4분기 고금리 예금의 만기 도래에 따른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일 유동성 점검 체계를 가동하고, 은행 유동성 규제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 30조원 이상 남아있는 유동성 공급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안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단기자금시장, 주식·채권시장, 예금·대출 시장의 쏠림현상과 여·수신 경쟁 과열 여부 등을 밀착 점검하겠다”고 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위기설이 나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에 대해서는 “문제없이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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