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타 2개가 기본… 타격왕 정조준하는 LG 홍창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LG 트윈스 외야수 홍창기. 연합뉴스

LG 트윈스 외야수 홍창기. 연합뉴스

한 경기 안타 한 개도 섭섭하다. 물 오른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LG 트윈스 외야수 홍창기(30)가 타격왕을 정조준한다.

홍창기의 타격감은 무서울 정도다. 9월 출전한 14경기 타율은 0.455(55타수 25안타)다. 멀티히트(1경기 2안타 이상)는 무려 10번이나 기록했다. 무안타 경기는 한 번 뿐이었다.

KBO리그 최고의 선구안은 여전하다. 고의볼넷 포함 사사구 9개를 얻어냈다. 출루율은 무려 0.508. 두 번 타석에 서면 한 번은 살아나간다. 홍창기는 "8월 말에 조금 안 좋았는데, 다시 타격감이 좋아지는 것 같다. 최근 우천 취소로 나흘 연속 쉬면서 며칠 쉰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LG 외야수 홍창기. 사진 LG 트윈스

LG 외야수 홍창기. 사진 LG 트윈스

찬스에선 더 날카롭게 배트를 돌렸다. 득점권에선 무려 0.750을 기록하며 이번 달에만 14타점을 쓸어담았다. 주자가 없을 땐 득점 기회를 만들고, 주자가 있을 땐 해결사가 되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홍창기는 "해결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타석에 서고 있다.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는다"고 했다.

3~5위에 머물던 홍창기는 드디어 타격왕 레이스에서도 선두로 올라섰다. 지난 16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5타수 3안타를 몰아쳐 1위가 됐다. 통산 7타수 무안타로 자신을 괴롭혔던 좌완 고효준을 상대로도 첫 안타를 빼앗으며 타율을 0.340까지 끌어올렸다. 이튿날 더블헤더에서는 9타수 3안타를 치면서 NC 다이노스 손아섭(0.339)을 1리 차로 앞섰다.

홍창기는 2021년 출루율 1위에 오르며 생애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해엔 스트라이크 존 조정 여파와 복근 부상 등으로 주춤했으나, 올해 다시 반등했다. 빠른 배트 스피드를 이용한 간결한 스윙 덕분에 정타가 아닌 타구도 안타로 만들어낸다. 홈런은 1개 뿐이지만 빠른 발을 살린 2루타는 33개(1위)나 쳤다.

여전히 홍창기의 포커스는 '출루'에 맞춰져 있다. 홍창기는 "타격왕 경쟁자가 누군지는 알고 있다"면서도 "딱히 생각은 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용택 선배님이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마 받길 바라는 마음인 것 같다. 내가 잘 해야 한다"고 웃었다.

LG 트윈스 외야수 홍창기. 연합뉴스

LG 트윈스 외야수 홍창기. 연합뉴스

LG는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매직넘버는 '16'이다. 남은 경기수를 감안하면 KT가 뒤집기 힘든 격차다. 더그아웃 분위기도 좋다. 누구 할 것 없이 홈런을 치면 모두 어깨동무를 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홍창기는 "분위기가 너무 좋다. 형들이 잘 분위기를 잡아줘서, 우리는 따라만 가면 된다"고 전했다.

LG 팬들이 홍창기를 사랑하는 건 꽃길만 걸어온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산공고 시절 투수였던 그는 입스 때문에 뒤늦게 타격에 전념해 4할을 쳤다. 하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고, 건국대에 입학해 외야수로 뛰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에 온 뒤에도 두터운 LG 외야 경쟁을 뚫기 어려워 군입대(경찰청 야구단)부터 했다.

프로 4년차인 2020년부터 1군 무대를 누비기 시작한 홍창기는 이병규, 박용택으로 이어지는 LG 왼손타자 계보를 이을 선수로 꼽힌다. 홍창기는 "나는 아직 (풀타임으로) 몇 년 뛰지 않았다. 선배들과 비교되면 누가 되고,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창기는 노시환(한화 이글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 최정(SSG 랜더스)에 이어 야수 중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WAR) 4위다. 네 선수 중에선 팀 성적이 제일 좋다. 17일 기준 득점(100개), 출루율(0.452) 1위인 홍창기가 최다안타(157개·3위) 및 타율까지 4관왕을 차지한다면 MVP 도전도 가능하다. 홍창기는 "그건 너무…"라고 웃으며 "시환이도 잘 치고 있고, 에릭 페디도 잘 던지고 있어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