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정은의 방탄기차 '태양호' 10일 오후 늦게 평양 떠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24일 오전 전용열차를 타고 북-러 국경을 넘어 하산역에 도착하는 모습. 연해주 주정부 홈페이지,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24일 오전 전용열차를 타고 북-러 국경을 넘어 하산역에 도착하는 모습. 연해주 주정부 홈페이지,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지난 10일 늦은 오후 러시아로 향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1일 "김정은이 평양을 떠나 열차편으로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대통령궁(그렘린)이 지난 9일 "푸틴 대통령이 11일부터 이틀간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고, 12일 전체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정상회담은 12일을 전후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푸틴과 만나 무기 거래 등 북·러 간 군사현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2019년 4월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따라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고,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우회로를 찾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려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탄약 등 재래식 무기가 절실해진 상황에서 무기를 조달받을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북한이 유일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크렘린궁 홈페이지,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4월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크렘린궁 홈페이지, 연합뉴스

김정은은 지난 10일 '태양호'로 불리는 전용 열차를 이용해 평양에서 출발, 11일 중 북·러 국경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소는 2019년 첫 방문 당시와 같이 동방경제포럼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학 캠퍼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 소식통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숙소도 러시아 당국의 경호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캠퍼스 내 호텔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러시아 태평양함대 해군 함정들이 정박해 있는 33번 부두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고, 하바롭스크 인근에 있는 군수도시와 보스토치니 우주발사장 등을 방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무기거래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할 수 있는 상당량의 탄약과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김정은은 지난 7월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국방현안을 논의한 직후 군수공장을 잇달아 찾아 생산능력 강화를 주문하면서 '국방경제사업'을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6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을 맞아 방북 중인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군사대표단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화성17형', '화성-18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앞에서 쇼이구 장관에게 설명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6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을 맞아 방북 중인 러시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군사대표단과 함께 '무장장비전시회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화성17형', '화성-18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앞에서 쇼이구 장관에게 설명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은 반대급부로 아직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핵 무력' 관련 과업인 위성·핵추진잠수함·ICBM 관련 기술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 지원이나 공군력 보강을 위한 전투기 지원 등도 양국 정상이 다룰 수 있는 의제다.

김정은 입장에선 북핵을 넘어 역내 안보까지 함께 대응할 것을 천명한 한·미·일에 맞서 반미(反美) 연대를 강화한다는 전략적 목표도 있다. 미국에 대항할 '동지'가 필요한 건 푸틴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지난 4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쇼이구 러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면담할 당시 북·중·러 연합훈련에 대한 공식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3국의 해상연합훈련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편 북·러 접경지역인 연해주 하산에서는 하루 전인 10일 북한 시찰단이 방문한 동향이 포착됐다. 일본의 민영방송 TBS의 뉴스네트워크 JNN은 이날 "북·러 국경을 따라 있는 러시아 측의 (기차)역에 북한 시찰단으로 보이는 그룹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로 러시아에 들어가기 위한 최종 확인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JNN의 관측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