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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감산 연장에 유가 연중 최고치…인플레 기름 붓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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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 유가가 연중 최고치로 치솟으며 세계 경제에 ‘복병’으로 재차 떠오르고 있다.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하면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고삐를 다시 바짝 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14달러(1.3%) 오른 배럴당 86.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최고치다. 이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전날보다 1.04달러(1.2%) 오른 90.04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정책을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뛰었다. 이날 사우디 에너지부는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 정책을 오는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의 석유 수출 규모 축소를 연말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CNN 등 외신은 “사우디와 러시아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생산국이 포함된 OPEC+의 동맹 강화로 장기적인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폭을 키울 수 있다. 지난 7월 미국 CPI 상승률은 3.2%로 전달(3%) 대비 소폭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급등은 소비자를 압박하고, 인플레이션을 진압하려는 각국 중앙은행 노력을 무산시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에 미국 등 주요국이 긴축 기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왔고 이 여파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미국 투자 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국제 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투자 심리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미국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일각에서는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연장을 결정한 배경에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원유의 주요 수요처인 중국 경제의 회복이 더디면 원유 가격이 내려갈 수 있는 만큼,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사우디와 러시아가 공급량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감산 연장 결정으로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시장은 오는 19~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달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비율이 6일 현재 93%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에서 계속해서 긍정적인 소식이 나오고 있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배제됐다”고 했다. 미국 경제가 1년 안에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20%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 등 다양한 지표를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에 이날 유가 상승만으로 시장의 9월 금리 전망이 크게 바뀌지는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미국의 긴축 기조가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3%대까지 떨어진 미국의 CPI 상승률이 크게 오르는 등 향후 데이터가 달라지면 기준금리가 시장의 기대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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