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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늦게 가라"…'아들 둘' 학군 전문가, 충북 이사 간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학군지, 일찍 갈 이유가 없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가도 충분합니다. 더 늦어도 돼요. 늦게 가서 문제가 아니라 일찍 가서 문제에요.

지난 23일 만난 심정섭 더나음연구소장은 “언제 학군지로 이사를 하는 게 좋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치동 아이들도 10명 중 2명은 학업 성취도에서 가장 낮은 등급을 받는다”며 “학군지에 간다고 다 공부 잘하는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심정섭 더나음연구소장은 "학군지에 가는 게 모든 아이에게 맞는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의 기질과 성향, 성적에 따라 학군지에 가는 게 오히려 불리한 아이도 있다는 얘기다.

심정섭 더나음연구소장은 "학군지에 가는 게 모든 아이에게 맞는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의 기질과 성향, 성적에 따라 학군지에 가는 게 오히려 불리한 아이도 있다는 얘기다.

대치동에서 20년 가까이 영어 강사로 활동하던 심정섭 소장은 『대한민국 학군지도』로 유명한 학군 전문가다. 양육자 사이에서 알음알음 읽히던 이 책은 2018년 부동산 상승이 본격화되면서 부동산 투자자 사이에서 유명해졌다. 그가 책이 나온 지 3년 만인 2019년 개정 증보판을 낸 이유다.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The JoongAng Plus 안에서 밀레니얼 양육자를 위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는 hello! Parents는 지난 23일 그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 초대했다. 지난 5월 발행된 그의 기사(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3170)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1시간여의 방송에서 오간 독자들의 질문과 그의 답을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지난 23일 진행된 hello! Parents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의 모습. 화면 아래가 심정섭 소장이다.

지난 23일 진행된 hello! Parents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의 모습. 화면 아래가 심정섭 소장이다.

학군지에 너무 일찍 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어릴수록 1등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신감이 생기죠. 학군지는 기본적으로 과밀학급입니다. 한 반에 서른 명 안팎의 아이가 있어요. 그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교사의 관심을 받고, 잘한다는 인정을 받기가 힘들죠. 비학군지에선 그런 경험을 하기 더 쉽고요. 저는 6살, 4살 두 아들을 키우는 양육자인데요. 제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충북 증평으로 내려온 이유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언제 가야 하나요?
초등학교 5, 6학년 때 가도 충분해요. 이유가 있어요. 그 나이는 되어야 공부 머리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거든요. 공부 머리가 있는 걸 확인한 후에 움직여도 늦지 않아요.
공부 머리가 있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요?
제가 권하는 공부 머리 테스트가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예로 들어볼게요. 서울 목동으로 이사를 하려고 한다면, 해당 지역 중학교 1학년 국어 과목 내신 시험 문제를 구하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이 시험을 두 번 보게 합니다. 한 번은 시험처럼 제한 시간을 두고 풀게 하세요. 그리고 또 한 번은 제한 시간 없이, 오픈 북 형태로 풀게 하세요. 첫 시험보다 두 번째 시험에서 성적이 높은 경우, 특히 후자의 시험에서 80점 이상을 획득한 경우라면 이사를 하셔도 아이가 적응하는 데 무리가 없을 거예요.
학군지로 이사 가는 게 결국 공부를 잘하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는 건가요?
학군지는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많아요. A 등급 비율이 50%에서 많게는 60%에 달합니다. 현재 성적이 C, D 등급이라면, 이사를 가봐야 아이의 자존감만 떨어질 뿐입니다.
공부를 잘 못 하는 아이일수록 학군지에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학군지의 경우 사교육 환경이 워낙 좋아, 수준에 맞는 학원을 찾기 쉽다는 이유에서요.
제가 강연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학원 다녀서 점수는 올릴 수 있지만, 등급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겁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면서 깨달은 사실입니다. 71점인 학생을 잘 가르쳐서 79점을 만들 순 있어요. 하지만 학원과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80점을 넘을 수 없어요. 결국 아이에게 달렸어요.
자녀가 2명인데, 한 아이는 공부를 곧잘하는데 다른 아이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도 정말 많이 받는데요. 이렇게 묻는 분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학군지’로 대치동이나 목동을 떠올린다는 겁니다. 저는 한 번에 최상위 학군지로 진입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이렇게 두 자녀의 성적이 갈리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죠. 찾아보면 가성비 좋은 학군지가 있어요. 잠실로 바로 가지 말고 강동으로 먼저 가서, 두 아이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살펴보세요. 거기서 잘하면 그때 잠실로 가도 늦지 않습니다. 잠실에서도 잘하면 대치동으로 가도 좋고요.
소위 비학군지에 사는데, 아이가 공부 머리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종이나 천안, 청주 등지에 사는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세종은 초등학생 때까지는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시 성적이 좋은 중·고등학교가 두텁지가 않아요. 신도시가 대체로 이렇습니다. 좋은 학군이라는 건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에 떨어져도 갈만한 일반고가 많은 곳을 뜻해요. 세종은 그렇지 못해서, 대전 서구 둔산으로 이사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군지로의 이사 외에 다른 전략이 없는 건 아니에요. 천안에 사는 분이라면, 공주 한일고 같은 지역의 명문고를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죠(※공주 한일고는 농어촌에 있는 일반고 중 학사 운영 등에 자율성을 부여 받은 농어촌 자율고에 해당한다.) 이런 학교는 해당 지역 학생을 별도로 뽑는 경우가 많아 유리하거든요.
대치동 같은 최상위 학군지로 이사를 하는 게 면학 분위기나 학습 효과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려는 양육자의 바람도 투영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나 해드릴게요. 제 대학 과 선배 중엔 이름만 들으면 아는 재벌 3세가 있어요. 동기 중에도 제법 큰 기업의 4세가 있고요. 그런데 제가 그분들한테 전화를 걸 수 있을까요? 대치동에 가서 여러분이 아이에게 만들어 줄 네트워크도 그런 겁니다. 아이가 성공하면, 성공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의대 낭인’이 되고 말 뿐입니다. 왜 의대 낭인이 될까요? 나보다 공부 못하던 애가 재수하고 삼수해서 의대 갔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뭔가 하면서 사수, 오수를 하는 겁니다. 대치동이 아니었다면, 좋은 대학 공대 가서 건실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심정섭 소장은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집중하기보다 내 아이에 집중해야 좋은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정섭 소장은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집중하기보다 내 아이에 집중해야 좋은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정섭 소장은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특정 연령이 되면 유명 학군지로 이사를 하는 현상도 ‘정답’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에게 맞는 길이 내 아이에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직하게 공부하는 아이라면, 대치동보다 시골이 유리해요. 농어촌 전형을 통하면, 전국 50위권 대학에 갈 성적으로 25위권 대학까지 노려볼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내 아이의 기질과 성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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