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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블랙아웃’ 도미노 되나…롯데‧현대‧CJ, 송출 중단키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LG헬로비전이 강원 원주에 연 두 번째 오픈스토어. 사진 LG헬로비전

지난해 11월 LG헬로비전이 강원 원주에 연 두 번째 오픈스토어. 사진 LG헬로비전

홈쇼핑 업계와 유료 방송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 홈쇼핑 업체들이 방송 송출 중단 카드를 줄줄이 꺼내 든 것으로 확인돼 송출 수수료 문제에 따른 방송 ‘블랙 아웃’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CJ온스타일은 LG헬로비전에 다음달 말 이후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최근 통보했다. 송출 중단이 현실화하면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충남·경북 등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현대홈쇼핑·CJ온스타일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들 지역의 LG헬로비전 가입자는 368만가구로 알려져 있다. 다만 같은 지역에서도 LG헬로비전이 아닌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인터넷TV(IPTV)로 유료 방송을 보는 경우에는 홈쇼핑 채널을 그대로 시청할 수 있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비에 10월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고지했다.

IPTV로는 홈쇼핑 방송 계속 볼 수 있어 

송출 수수료 갈등은 해묵은 문제지만 홈쇼핑사가 자발적으로 방송 송출까지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최근 홈쇼핑 업황이 악화된 반면, 꾸준히 오른 송출 수수료를 감안하면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유료 방송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채널 사용료다. 지난해 송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2018년(1조4304억원)과 비교해 33.3% 증가했다. 한국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 수수료는 연평균 8%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방송취급고(판매한 상품 금액 총합)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이 65.7%에 달했다. 방송을 통해 팔린 상품값의 약 3분의 2가 송출 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하지만 텔레비전(TV) 시청 인구가 줄면서 홈쇼핑 업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TV홈쇼핑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TV홈쇼핑의 방송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49.4%로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TV홈쇼핑 주 시청 연령층마저도 TV 이탈 현상이 두드러진다.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연령별로 ‘일상의 필수 매체’로 TV로 꼽은 비율이 60대는 72.8%→52.5%, 50대 50.2%→31.8%, 40대 23.8%→9.2% 등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꼽은 비율은 해당 기간 20% 안팎씩 상승했다.

홈쇼핑 업체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2020년 1557억원에서 2021년 1339억원, 2022년 1127억원으로 매년 200억원씩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58.4%나 급감한 259억원에 그쳤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방송법 위반에 따른 새벽방송 중단 영향까지 겹치며 상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8% 하락했다. CJ온스타일도 연간 영업이익이 2020년 1798억원에서 지난해 878억원까지 떨어졌다.

“뒷 번호로 가겠다”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최악의 영업 부진으로 송출 수수료를 감당해낼 여력도 떨어졌다. 유료 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 채널에 인접한 앞번호에 가장 높은 송출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수수료는 뒷번호로 갈수록 낮아진다. 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은 실적 부진에 따른 수수료 부담으로 각 유료 방송 사업자에 저렴한 “뒷번호로 이동하겠다”고 요청했지만 아직 응답이 없는 상태다. 앞번호를 받겠다고 나오는 업체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방송 중단 결정이 다른 업체로도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은 주력인 방송의 시청자 수 감소와 다양한 유통 채널의 무한 생존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갇힌 형국”이라며 “방송으로 돈을 버는 사업자가 송출 중단까지 꺼내 든 것은 수수료 부담 여력이 그만큼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홈쇼핑 산업은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유통채널이 분명하고, 소비 경기 둔화까지 겹쳐 성장률이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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