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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아이러니…'비만율 최저' 美뉴욕 부촌서 최다 사용

중앙일보

입력

당뇨 겸 비만 치료제 오젬픽. AP=연합뉴스

당뇨 겸 비만 치료제 오젬픽.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에서 오젬픽과 같은 당뇨 겸 비만 치료제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비만율이 가장 낮은 부유층 거주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미국의 보험분석업체인 트릴런트를 인용해 지난해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 주민 2.3%가 오젬픽이나 위고비 등 비만 치료 주사제를 처방받았다고 보도했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대해 NYT는 "도시에서 가장 부유하고 건강한 동네 중 하나"라며 "기대 수명이 가장 높고, 당뇨나 비만 비율은 가장 낮다"고 소개했다.

반면 비만율이 높고 당뇨병 발병이 흔한 브루클린 이스트 뉴욕의 경우 오젬픽 등 비만 치료 주사제를 처방받은 비율이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절반인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율과 당뇨병 발병률이 가장 낮은 지역에서 비만 치료제가 가장 많이 처방된 현상을 트릴런트는 경제·사회적 불평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비만 치료제의 선풍적 인기로 인한 품귀 현상 때문에 실제 비만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은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지만, 부유층들은 쉽게 치료제를 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보험에 따라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는 격차도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는 당뇨병 치료가 아닌 살을 빼기 위해 비만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유층이 가입하는 일반 의료보험은 체중 감량이 목적일 때도 이런 약을 보장해준다. 이는 체중 감소를 위해 이 약을 복용한 부유한 지역에서 당뇨병에 걸릴 확률마저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뉴욕대(NYU) 랭건병원의 비만 전문의 브리야 자이싱가니 박사는 "효과가 있는 약이 있어도 접근성이나 이용 가능성 측면에서 장벽에 직면한다"며 "정말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사람들이 좀 더 원활하게 약에 접근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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