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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환골탈태와 거리 멀었던 ‘이재명의 민주당’ 1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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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혀 당 개혁 노력 성과 없어

‘방탄 정당’ 오명 벗고 팬덤 정치 청산해야 돌파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28일) 취임 1년을 맞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지 5개월 만에 논란을 무릅쓰고 당권에 도전해 77.77%의 압도적 득표로 당선됐다. 그러나 지난 1년간 169석 거대 야당을 이끈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데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이 대표는 취임사에서 “잘하기 경쟁으로 믿음직한 대안 정당이 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그 뒤 1년간 ‘이재명 민주당’의 행보는 정반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혁 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룬 채 벌인 대여 투쟁은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았고, 민생과 경제에서도 체감할 만한 성과를 찾기 어렵다. 돈봉투 살포,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등 추문이 터질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혁신위원회’를 가동했지만 이마저 이 대표가 직접 임명한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폄하 설화 등으로 동력을 잃고 조기에 해산했다.

이 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가 리더십 표류의 핵심 원인이다. 그는 성남FC, 대장동·백현동 의혹으로 네 차례나 검찰 조사를 받았고,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다섯 번째 소환을 앞두고 있다. 야당 대표로서 유례가 없다. 이 대표는 “없는 죄를 씌우는 조작 수사”라고 주장해 왔지만, 납득할 만한 해명은 부족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보호하려고 비리 의혹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을 잇따라 부결시켜 ‘방탄 정당’의 오명을 자초했다. 정작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당내 이탈표가 31표나 나와 이 대표 리더십이 타격을 받았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려고 8월 임시국회를 앞당겨 끝냈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지난 1년간 민주당 지지율은 30%대에서 20%대로 추락했다. 당내에선 총선 패배 위기감 속에 ‘연말 비대위설’이 도는 등 이 대표 거취를 둘러싼 친명-비명 간 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맹공하면서 반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을 제외한 국제사회 전반은 오염수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상태다. 이런 마당에 국내 수산물 소비 위축에 대한 대안 제시도 없이 방류 반대 캠페인을 밀어붙인다고 민심이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이 대표의 임기는 반환점을 돌았고, 일곱 달 뒤면 총선이 실시된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막기 위해 당과 지지층을 방탄조끼로 동원한다는 의심을 벗기 위해 개인 자격으로 당당히 수사에 임해야 한다.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팬덤 정치를 청산하고, 중도층이 공감할 만한 리더십 수립을 위해 혁신에 나서야 한다. 그런 환골탈태의 노력 없이는 이 대표의 거취를 묻는 당 내외의 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