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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포함…中 공산당, 미·호주 자유진영 엘리트 포섭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공산당이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정치전(Political Warfare)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국제적인 대응을 모색하는 회의가 열렸다. 22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세계지역학회와 공동으로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연 ‘중국의 정치전과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에서다.

지난 2월 중국 기업가가 준 뇌물을 거절해 주지사직에서 쫓겨난 솔로몬 제도의 정치인 다니엘 수이다니. 그는 중국 정치전 공작의 대표적 희생자로 꼽힌다. 페이스북

지난 2월 중국 기업가가 준 뇌물을 거절해 주지사직에서 쫓겨난 솔로몬 제도의 정치인 다니엘 수이다니. 그는 중국 정치전 공작의 대표적 희생자로 꼽힌다. 페이스북

이번 회의에는 클라이브 해밀턴 호주 찰스 스터트대학 교수, 그랜트 뉴샘 미국 안보정책연구소(CSP) 연구위원, 케리 거샤넥 나토(NATO) 사령부 펠로, 이지용 계명대 교수가 각각 주제발표에서 호주, 캐나다, 태국ㆍ대만, 한국에서의 중국 공산당의 정치전 현황과 정치개입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들은 또 중국 공산당의 정치전에 맞서는 ‘국제자유시민네트워크’ 설립을 제안했다.

해밑턴 교수와 거샤넥 펠로는 중국 정치전 전문가로 유명하다. 해밀턴 교수는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China‘s Influence in Australia)』의 저자이며, 거샤넥 펠로는 『중국의 정치전』과 『중국의 미디어전』을 펴냈다.

해밀턴 교수는 “중국의 목표는 호주를 중국의 영향력 내로 흡수하고, 미국·호주 동맹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호주에 종합적 공작을 전개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은 주로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특혜 등을 미끼로 호주 사회의 엘리트들을 포섭해왔다”며 “호주의 유력 정치인ㆍ기업인ㆍ정당인ㆍ교수ㆍ언론인 등이 친중 여론을 이끌고 있다”고 폭로했다.

뉴샘 연구위원은 캐나다에서도 중국공산당 정치전이 수십 년간 종합적으로 전개됐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사회 지도층 역시 호주에서처럼 중국의 ‘엘리트 포획(elite capture)’에 넘어가면서 중국공산당이 캐나다에 영향력을 쉽게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또 지방ㆍ주ㆍ연방정부 선거에 관여하면서 캐나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현지 범죄조직을 통한 마약의 대규모 유통도 중국의 전략 중 하나라고 짚었다.

거샤넥 펠로는 “중국은 미국과 자유세계를 파괴하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고 정치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중국은 정치전만으로는 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력도 동시에 증강ㆍ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정치전 때문에 태국은 실질적인 친중 종속국가로 바뀔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는 게 거샤넥 펠로의 진단이다.

그는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에서도 중국은 정치전을 통해 친중 세력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만은 2019년 홍콩 사태를 지켜본 뒤 ‘반삼투법’ 등 중국의 정치전에 맞서는 노력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지용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중국 공산당식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정부와 사회는 제대로 된 문제의식과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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