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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황혼…1000억 재단 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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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교육이 잘 돼야 나라가 부강해 질 수 있다고 믿어요. "

부산시 금정구 금사동 ㈜태양 송금조(宋金祚.79)회장이 사재 1천억원을 출연, 순수한 교육문화재단을 설립키로 해 주변에 감동을 주고 있다. 태양은 냉장고.세탁기 부품 등을 생산하는 순수 향토 기업이다.

宋회장은 지난 10월 15일에도 부산대에 장학금 3백5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하고 현금 1백억원을 기탁했었다. 나머지는 2009년까지 나눠 출연키로 했다.

부산대와 宋회장에 따르면 새로 설립될 재단의 명칭은 宋회장의 호(耕岩)를 딴 '경암교육문화재단'으로 결정했고, 곧 재단법인 등기를 하기로 했다. 재단이사장은 宋회장이 맡고 이사로는 김인세(金仁世) 부산대 총장 등이 내정됐다.

설립 재원은 宋회장이 내놓게 될 현금 5백억원과 부동산 5백억원으로 충당한다. 경암재단 측은 1천억원의 재원을 전액 교육과 지방문화 발전에 사용한다는 방침도 확정했다.

宋회장은 "교육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신념에서 재단 설립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오래 전부터 교육사업에 힘을 기울여왔다. 1985년 학교법인 태양학원(경혜여고)을 설립했으며 2002년에는 그 공로로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경암재단이 탄생하게 된 데에는 부인 진애언(陳愛彦.58)씨의 조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陳씨는 미국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부산대 등에서 강의해왔고 현재는 태양학원 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국가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데 우리 부부가 의견을 함께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우리보다 좀더 여유있는 기업인이나 재산가들이 기부문화 활동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했다. 宋회장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다.

교육의 중요성과 기부문화의 정착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 이들 부부의 뜻이 재단설립이라는 훌륭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宋회장은 경남 양산시 동면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직장생활을 하다가 53년 양조장을 설립했다.

이어 정미소.수산업을 하면서 재산을 모았고 이후 스테인리스 제조 회사인 태양사, 냉장고 부품 제조 회사인 태양, 사출업체인 태양화성을 잇따라 창업해 큰 돈을 벌었다. 여윳돈으로 사뒀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바람에 재산이 크게 불어났다. 86년에는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산업훈장을 받았으며 그해 부산지역 최고의 성실납세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혜여고 김영환 행정실장은 "이사장님은 학교에서 종이 한장도 아껴 쓰시는 분"이라며 "이 같은 훌륭한 일을 하시려고 평생을 근검 절약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오는 14일 오전 11시 宋회장에게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수여할 예정이다.

부산=정용백 기자<chungyb@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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