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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3조 파먹은 사무장병원…경찰 뒷북수사, 겨우 7% 회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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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건보와 의료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건보와 의료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지난 3년 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온 정기석(65) 한림대 의대 교수가 한 달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됐다. 정 이사장은 바이러스를 내려놓고 건보 공부에 집중했다고 한다. 감염병이야 막힘이 없지만, 건보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라서다. 정 이사장이 눈여겨본 과제는 두 가지다. 사무장병원과 건보료 정산이다.

코로나 전사에서 건보공단 수장 된 정기석 교수

정 이사장은 "지난 10년 동안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면대약국)이 3조 4276억원의 건보 재정을 파먹었다. 2009년~올 6월 1488개 사무장병원과 222개 면대약국을 적발했지만, 부당이득을 환수한 게 6.7%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왜 이리 저조한가.
"공단에서 적발해서 경찰에 의뢰하면 평균 11개월 지나야 수사가 끝난다. 그새 병원을 폐쇄하고 자산을 빼돌려 빈껍데기만 남는다."

-다른 수가 없나.
"공단 직원 40명을 특별사법 경찰관(특사경)으로 임명해주면 부당이득을 신속하게 환수할 수 있고 연간 2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낼 것이다.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 4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고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공무원이 아닌데 과하지 않나.
"금융감독원·국립공원관리공단이 특사경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의사협회가 "특사경이 이것저것 다 뒤질 것이어서 피해가 클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한다.
정 이사장은 "올 11월 지역건보 부과자료를 최신 것으로 업데이트할 때 부동산 가격 하락이 반영돼 재산 건보료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 정부 시절 부동산값 폭등 여파로 재산 건보료가 올라왔다. 지역 건보 소득보험료 정산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어떤 제도인가.
"소득이 갑자기 줄어 건보료를 조정(인하)한 경우 이듬해 11월에 정산하며, 올해 처음 시행된다. 지난해 9~12월 건보료가 조정된 30만명이 대상이다. 조정 후 소득이 올랐다면 보험료를 더 내고, 내렸다면 돌려받는다. 매년 4월 직장인 건보료 정산과 같은 개념이다."

-내년 보험료 동결 얘기가 나온다.

"23조원 흑자가 있지만 석 달 치 지급분에 불과하다. 동결하면 지금이야 좋을지 모르지만 2025년이나 2026년에는 3% 넘게 크게 올려야 한다. 1% 미만 올리면 내년엔 적자가 난다. 최소한 1%대가 돼야 한다."

 정 이사장은 중국인 건보 남용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강화(입국 6개월 후)하는 법률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 의료가 무너진다.
"암을 비롯한 질병의 99%는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해도 충분하다. 지역마다 1차 의료기관이 주치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래야 건보가 100년 존속할 수 있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나.
"세태 변화에 따라 젊은 의사들이 워라벨을 중시한다. 파트타임 의사도 늘어난다. 한해 의사가 3000명 배출돼도 업무량은 종전의 90%만 한다. 2700명분의 일을 한다. 정원을 늘리되 필수의료 대책이 같이 가야 한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7세는 내과도 어느 정도 진료할 수 있지만 3세 이하는 참 어렵다. 수가를 10배 더 줘야 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아이가 좋아서 선택할 정도로 해맑다. 필수 분야 의사는 수가로 보상하는 게 최선이다. 열정페이, 더는 안 된다."

 정 이사장은 의료계에도 일침을 가했다. "300 베드 미만의 중소병원 병실 가동률이 낮으니까 불필요한 입원이 넘친다. 소위 '사회적 입원'도 횡행한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력해 표준지침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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