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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칼럼

아침의 문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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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부두 잔교에서는 날품팔이 사내들이 목화솜덩이를 번쩍 들어 어깨에, 등에 짊어지고 트럭으로 옮겨 싣고 있다. 사내들의 얼굴은 빛에 뭉개져 자궁 속 겨우 빚어진 태아의 얼굴로 되돌아가 있다. 조금 있으면 얼굴마다 입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입이 생겨난 곳마다 굶주림이 주렁주렁 자라날 것이다.

김숨의 장편 『잃어버린 사람』에서. 해방이 돼서 타국에서 귀환했지만 여전히 삶이 고통스러웠던 이들의 1947년 9월 16일 부산의 하루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