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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판 쓰레기 사라졌는데…민락수변 상인들 들고 일어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1일 부산시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방문객이 문화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수영구]

지난 7월 1일 부산시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방문객이 문화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과 인접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발생하는 범죄와 쓰레기양이 크게 줄었다. 공원 금주구역 지정 한 달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매출 직격탄을 맞은 인근 상인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취객 범죄, 쓰레기양 뚝 떨어졌다

1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민락수변공원과 가까운 광민지구대엔 지난 7월 한 달간 범죄 신고가 1970건 접수됐다. 민락수변공원에서 음주가 가능했던 지난해 7월(2124건)과 비교하면 154건 줄었다. 민락수변공원 전역(2만여㎡)은 지난달 1일부터 금주구역으로 지정됐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민락공원은 밤바다를 지척에 두고 술과 회를 먹는 ‘회(膾)크닉’ 명소로 유명했지만, 취객 범죄와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ㆍ악취 등 문제로 ‘술병공원’이란 오명이 붙었다.

금주구역으로 지정되기 이전 민락수변공원은 밤새 술판을 벌이는 방문객으로 들끌었다. [사진 수영구]

금주구역으로 지정되기 이전 민락수변공원은 밤새 술판을 벌이는 방문객으로 들끌었다. [사진 수영구]

경찰 관계자는 “금주구역이 되기 전엔 야간 신고 대부분이 취객 시비 등 민락수변공원과 관련된 것이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가 완화된 올해 신고 건수가 준 것은 금주구역 지정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문제 또한 큰 골칫거리였다. 특히 여름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야외에서 술판을 벌였다. 공원 바닥엔 술병이 나뒹굴고, 회 등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곳곳에 버려 악취가 진동했다. 매년 7, 8월이면 민락수변공원에 발생하는 쓰레기가 수영구(인구 17만5000명) 전체 쓰레기양의 절반 이상 차지했다. SNS에서 ‘술병공원’ 이란 말이 돌았다.

2019년 7월 부산 수영구는 민락수변공원 쓰레기 무단투기, 취객 범죄 등을 막기 위해 가로등 소등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불을 꺼도 방문객은 자리를 지켰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뉴스1]

2019년 7월 부산 수영구는 민락수변공원 쓰레기 무단투기, 취객 범죄 등을 막기 위해 가로등 소등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불을 꺼도 방문객은 자리를 지켰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뉴스1]

하지만 금주구역 지정 한 달 만에 상황은 개선됐다. 수영구 집계를 보면 지난달 민락수변공원에서 나온 쓰레기양은 13t으로, 작년 7월 쓰레기양(31t)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방문객 숫자(18만3941명→11만215명)를 고려하면 쓰레기 발생량은 큰 폭으로 감소한 셈이다. 수영구 관계자는 “민락수변공원에서 술을 제외한 음식 섭취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콘텐트 채워 문화공원 탈바꿈”

지난달 1일 부산시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문화행사와 함께 플리마켓이 열려 방문객 호응을 받았다. [사진 수영구]

지난달 1일 부산시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 문화행사와 함께 플리마켓이 열려 방문객 호응을 받았다. [사진 수영구]

수영구는 음주는 금지했지만, 민락수변공원 야경 등은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10월까지 이곳에선 클래식ㆍ재즈ㆍ마술 등 공연을 볼 수 있는 ‘수변 N 버스킹’이 열린다. 부산시 소상공인연합회 등과 손잡고 연말까지 ECO 패밀리마켓·플리마켓도 개설하기로 했다.

대책위 꾸린 상인들 “행정소송도 불사”

반면 상인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민락수변공원에는 ‘회타운’이 밀집해있다. 방문객은 주로 회를 포장해 민락수변공원으로 향했다. 상인 바상대책위원회는 음주가 금지되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다고 했다. 지난달 중순쯤 상인 20여명으로 발족한 비대위엔 어느덧 100명 이상 가입했다.

2016년 환경미와화원이 쓰레기로 뒤덮인 민락수변공원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여러 차례 자정 캠페인이 일었지만 투기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사진 부산경찰청]

2016년 환경미와화원이 쓰레기로 뒤덮인 민락수변공원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다. 여러 차례 자정 캠페인이 일었지만 투기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사진 부산경찰청]

민락수변공원 인근 회타운에서 23년째 횟집을 했다는 김기옥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름철 성수기엔 하루 50만~100만원까지 매출을 올렸다. 금주구역 지정 후 하루 손님은 1, 2팀에 불과하다. 코로나19를 간신히 버텨낸 주변 가게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웃 회센터 건물은 아예 모든 가게가 셔터를 내렸다. 상인들이 분양을 받아 장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장사를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금주구역 지정 철회 요구'에 동의해 달라며 서명을 받고 있다. 현재 서명자가 15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비대위는 수영구와 상인이 머리를 맞대면 쓰레기 등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시간을 정해 한시적으로라도 음주를 허용해야 한다”며 “이달 말부터 집회 등 투쟁을 본격화할 예정이며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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