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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40여채 샀다팔고, 최고가 거래후 해제…'집값 띄우기' 의심 541건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 A씨는 2021년 6월 전북의 한 아파트를 신고가인 1억5000만원에 매매 신고한 뒤 한 달 뒤 계약 해제했다. 신고가 거래 영향에 해당 아파트값은 상승 곡선을 탔고, A씨는 보유 중이던 이 아파트를 1억4800만원에 제3자에게 팔았다.

A씨는 이런 수법으로 전북 아파트 4개 단지에서 44채를 매수하고, 41채를 팔았다. 이 과정에서 매수가격 대비 25.1%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또 수차례 거래에서 특정 공인중개사가 반복적으로 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A씨와 중개사가 공모한 것으로 보고 경찰청에 통보했다.

# B씨는 자신이 보유한 서울 아파트를 부모에게 신고가인 17억8000만원에 팔고, 잔금을 치른 뒤 소유권을 이전했다. 공인중개사에겐 법정 중개보수에 턱없이 못 미치는 200만원을 줬다. 그런데 6개월 후 계약해제 신고를 했다. 위약금 없이 매매대금 일체를 돌려줬다. 국토부 관계자는 “허위 거래인 ‘자전거래’가 의심돼 지자체와 경찰청에 통보했다”고 했다.

국토부가 ‘집값 띄우기’ 의심 사례에 대한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총 541건의 위법 의심거래를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여기엔 자전거래·허위신고 의심거래 32건도 포함됐다. 적발 건수의 약 80%가 아파트값이 급등했던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21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뤄진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신고가 거래 신고를 하고 6개월 이상 경과 후 해제했거나, 특정인이 반복해 신고가 거래 후 해제한 거래 등 1086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거래당사자 간 특수관계, 계약서 존재, 계약금 수수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집값 띄우기’ 유형은 주로 ①법인과 법인 직원 간 자전거래 ②공인중개사 개입 거래 ③가족 간 거래 ④외지인 거래였다.

국토부는 ‘미등기 거래’도 다수 찾았다. 아파트 거래 등기부 자료와 거래 신고 자료 분석을 통해 잔금지급일 후 60일 내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하지 않은 거래 내용을 지자체에 통보해 위법사항 317건에 대해 과태료 조처를 했다. 지역별로 경기도(84건), 부산(38건), 대전(16건), 서울(14건) 순이었다.

미등기 사유는 크게 ①허위 거래신고 ②계약 해제 후 미신고 ③정상거래 후 등기 미신청으로 분류됐다.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허위신고는 3000만원 이하, 해제신고 미이행은 500만원 이하, 등기 미신청은 취득세 5배 이하 수준이다.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AI를 활용한 부동산 이상거래 선별 고도화 방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등기 거래 중 상습 위반이 의심되는 건에 대해 허위 신고 여부를 직접 조사한 뒤 경찰청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앞으로 이상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부동산거래 불법 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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