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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테라·루나보다 많을까…1.4만명 속인 피카코인 일당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만4600명.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직무대리 채희만)가 지난 19일 피카코인(PICA) 발행사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인 송자호(23)씨·성모(44)씨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 배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시한 피해자의 숫자다. 사기 피해자 수를 1만4536명으로 파악했던 테라·루나 사건 당시에 육박하는 피해자가 집계된 것이다. 피해자 수는 기소 전 수사 진척 정도나 중복 집계 여부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있다. 법원은 지난 21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배후에서 코인 발행·유통을 주도한 이희진(37)·이희문(35)씨 형제에게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조각투자 방식으로 미술품을 공동 소유할 수 있다는 등의 허위 정보를 내세워 암호화폐를 발행해 시세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피카코인 발행사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 송자호(23·왼쪽)씨와 성모(44·오른쪽)씨가 지난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조각투자 방식으로 미술품을 공동 소유할 수 있다는 등의 허위 정보를 내세워 암호화폐를 발행해 시세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피카코인 발행사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 송자호(23·왼쪽)씨와 성모(44·오른쪽)씨가 지난 2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피카 사기 피해자, 테라·루나보다 많아

 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 피해자들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코인원을 통해 이 코인을 사들인 일반 투자자들이다. 검찰은 송씨·성씨 등이 피카코인 상장 이후 과거에 진행한 미술품 연계 사업 성과를 허위로 홍보하고, 자전거래·물량소진·고가매수 등으로 거래량을 부풀려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불법 시세조종(MM·Market Making)을 통해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송씨·성씨의 구속영장에는 이들이 이런 방법으로 가로챈 돈이 약 200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편취 액수가 약 3769억원이었던 테라·루나 사건보다는 적은 액수지만, 그만큼 소액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 컸다는 의미다.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부터 허위”

 송씨·성씨는 2020년 1월 피카프로젝트를 설립,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동소유 개념을 도입해 고가의 미술품 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충북지역 중견 건설사 동원건설 창업주의 장손인 송씨는 유명 걸그룹 ‘카라’의 박규리(35)씨와 공개 연애로 화제를 모으는 등 넓은 인맥과 수완으로 사업을 홍보했고, 과거 미술품 거래 등의 경험이 있던 성씨는 투자자 유치 등 실무를 총괄했다.

이들은 미술품 조각투자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투자 증서’를 발행해 준 뒤 특정 미술품을 구입하지 않았는데도 실제 소유했다거나 조각투자로 수익 성과를 냈다는 식으로 거짓 홍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허위 정보로 투자자들을 꼬드겨 유치한 금액은 약 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증서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200억원대 코인 사기 혐의와는 별개의 혐의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청담동 주식 부자’ 형제와 한 몸”

 송씨·성씨는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을 발판삼아 코인판에 진출했다. 이를 위해 과거 ‘청담동 주식 부자’로 유명세를 탔다가 2020년 2월 수백억원대 주식 사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씨 형제와 손을 잡고 코인 발행 초창기부터 한 몸처럼 움직였다고 한다. 과거 방송 출연과 사기 전과 등으로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진 이씨 형제는 배후에서 코인 발행·유통과 불법적인 MM 등 기술적인 업무를 맡고, 송씨·성씨는 발행사 대표이사로 피카코인을 허위 홍보하거나 거래소 상장 등을 협의하는 등 대외 업무를 맡았다. 이같은 방법으로 얻은 프라이빗세일(상장 전 장외 투자)과 거래소 판매 수익은 반씩 나눠 갖기로 계약도 맺었다고 한다.

2020년 10월 코인원, 2021년 1월 업비트에 개당 50원에 상장된 피카코인은 2021년 4월 가격이 약 14배 뛰었다가 급락한 뒤 반등하지 못했다. 이후 코인원은 지난 3월, 업비트는 2021년 6월 이상거래 등의 이유로 피카코인을 상장 폐지했다. 검찰은 이씨 형제가 피카코인 외에 다른 코인 발행사와도 유사한 방식으로 코인 거래 관련 사기 행각을 벌인 정황을 포착해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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