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먹태깡 품귀에도 생산라인 안 늘리는 농심, 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농심 먹태깡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스낵 코너. 먹태깡 가격표에 품절 표시가 돼 있다. [뉴스1]

농심 먹태깡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스낵 코너. 먹태깡 가격표에 품절 표시가 돼 있다. [뉴스1]

농심 ‘먹태깡’이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량 확보가 어려워 편의점에선 발주 중단·재개가 반복되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웃돈까지 붙어 거래된다. 농심은 공급량을 최대한 늘리되 공장 증설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초기 인기에 대응해 설비 증설에 나섰다가 판매가 급감하는 ‘증설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다.

25일 농심에 따르면 먹태깡은 지난달 26일 출시 이후 이달 24일까지 213만 봉지가 팔렸다. 하루에 7만3400봉지꼴이다. 이 회사 스낵 판매 2위인 ‘꿀꽈배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온라인 ‘농심몰’에서 하루 200박스를 인당 4봉지로 한정 판매 중인데 매일 오픈 후 2분 안에 매진된다.

물량이 달리다 보니 편의점에선 점포별 4~6봉지로 제한해 발주가 가능하다. 이날 기준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모두 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워낙 폭발적이라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며 “물량을 확보하는 대로 임시로 발주를 재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먹태깡은 여름철 맥주 안주용으로 인기다. 소셜미디어(SNS)에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화제성을 키웠다. 과자에 먹태 가루를 더하거나, 직접 청양마요 소스를 만들어 찍어 먹는 등 레시피를 공유하는 것도 유행이다.

농심은 부산공장에서 생산 중인 먹태깡의 생산량을 지난 10일부터 30% 늘렸다. 다음 달부터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양파링’ ‘자갈치’ 등 스낵 일부를 다른 공장으로 옮기고, 먹태깡에 집중해 생산량을 1.5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러면 하루 5만→7만5000봉지로 공급량이 늘어난다. 다만 생산라인 증설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증설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거래되는 먹태깡. 소매가보다 2배 비싸다. [당근마켓 캡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거래되는 먹태깡. 소매가보다 2배 비싸다. [당근마켓 캡처]

일각에선 공급량을 조절해 인기를 누리는 ‘헝거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화제성은 높은데 상품은 구할 수 없는 ‘애간장 마케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심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초기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일 뿐 의도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과거 사례도 거론된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은 2014년 출시와 동시에 월 매출 70억원을 찍으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해태제과는 2016년 신공장을 완공해 생산라인을 두 배로 키웠지만, 수요가 줄어 월 매출이 5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2011년 출시한 팔도 ‘꼬꼬면’도 출시 첫 해 8000만 개 이상 팔리며 인기를 얻자 5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했지만 판매량이 급감했다. 반면 SPC삼립은 지난해 초 ‘오픈런’ 열풍을 일으킨 ‘포켓몬빵’에 대해 끝내 증설에 나서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