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써야 할까요."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 시즌 잘 돌아갔던 불펜진이 올해는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믿었던 셋업맨 박영현(20)까지 흔들려 이강철 감독의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KT는 지난 주말 대구 삼성 3연전에서 2승 1패를 거뒀다. 위닝시리즈를 따내긴 했지만, 아찔한 장면들이 많았다. 22일 경기에선 2-1로 앞서다 2-5 역전패를 당했고, 23일 경기도 8-4로 앞서던 8회에 3점을 주고 한 점 차로 힙겹게 이겼다.
믿었던 카드인 박영현의 부진이 뼈아팠다. 22일 경기 7회 2사 2루에 등판한 박영현은 이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김현준, 김지찬, 구자욱에게 3연속 안타를 맞았다. 이튿날 경기에서는 7회 2사 1, 2루에서 등판해 잘 막았지만 8회에 주자 세 명을 남겨두고 내려가고 말았다. 마무리 김재윤이 2이닝 세이브를 해내 간산히 승리를 지켰다.
25일 수원 LG 트윈스전을 앞둔 이강철 감독은 "잡아야 할 경기였다. 큰일날 뻔 했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삼성전에선 제구가 밋밋했다. 올스타전 때는 (우수투수상을 받았던)박영현의 공이 괜찮았다. 체인지업 제구가 좀 날리긴 했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그 전엔 박영현이 7회를 잘 막아줘서, 김재윤이 멀티이닝을 던지는 횟수를 줄여줬다. 7회를 막아줄 선수로는 이상동, 주권, 손동현이 있다. (23일 경기도)이상동이 7회를 마무리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쉽진 않다. 상황 정리가 되면 8회에 손동현을 넣고 김재윤으로 이어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2021시즌과 지난 시즌, KT는 LG에 이어 불펜 평균자책점 2위에 올랐다. 김민수, 주권, 이채호가 든든히 마운드를 지켰다. 가끔 불펜으로 나선 엄상백도 잘 해줬고, 심재민도 쏠쏠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김민수와 주권, 이채호는 지난해보다 부진하고, 엄상백은 선발로 나서는 빈도가 더 많아졌다. 김민수와 이채호는 1군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심재민은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자연스럽게 박영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KT는 7월 들어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전반기 마지막 키움과 3연전 싹쓸이에 성공했고, 결과적으로는 후반기 3연전도 기분좋게 시작했다. 5위 롯데 자이언츠를 0.5게임 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전력 누수가 없는 건 아니다. 강백호가 돌아왔으나 조용호가 이탈했고, 삼성전에서 멋진 수비를 보여줬던 외야수 정준영이 허벅지 근육이 찢어져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래도 불펜 문제만 해결된다면, 가을 야구로 가는 길은 좀 더 쉽게 열릴 수 있다.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이강철 감독의 생각은 확고해 보였다. 그래도 박영현을 믿는 것이다. "그래도 믿고 써야할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