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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 없는 해병대…사단장 강조사항엔 '빨간색 복장통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물난리 실종자 수색 중 숨진 고 채수근 상병이 복무한 해병대가 해당 부대에 내려보낸 지침이 공개됐다.

24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당시 부대에는 실종자 수색 작업 전날 '사단장이 현장 지도를 나와 복장 점검을 한다'는 요지의 지침이 내려갔다. 지침에는 복장 규정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복장 통일을 강조하면서도 구명조끼 등 안전과 관련한 사항은 빠져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9일 금천, 내성천, 낙동강이 만나는 삼강교 지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헬기를 동원해 실종된 채수근 상병을 수색하고 있는 해병대. 뉴스1

지난 19일 금천, 내성천, 낙동강이 만나는 삼강교 지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헬기를 동원해 실종된 채수근 상병을 수색하고 있는 해병대. 뉴스1

해병대 1사단 병사를 경북 예천에 투입하기 전날 하달된 지침은 "내일 과업은 실종자 수색 위주", "한천과 석관천 물가 위주 수색"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물가 수색이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복장 지침이 하달된 것이다.

이어진 지침에는 '사단장님 강조사항'이라며 '하의 전투복, 상의 적색 해병대 체육복, 정찰모'라고 복장을 규정했다. 체육모와 컴뱃셔츠는 안되며, 사단장 현장 지도 때 복장 점검이 예상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하지만 구명조끼나 안전 장비에 대한 지시는 없었다. 또 익일 오전 5시까지 도착을 준수하라고 알리고 있다.

해병대 측에서는 구명 조끼 착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군인권센터는 이날 "해병대 1사단이 지난 22∼23일 주말 사이 채 상병과 함께 안전 장비 없이 수중 수색에 투입됐던 동료 대원들의 휴가·외박·외출·면회를 전면 통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가족들이 사고 이후 고충을 전해 듣고 병원 진료·상담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 출타를 요청하거나 면회를 신청한 것"이라며 "가족들이 부대에 출타·면회 가능 여부를 문의하자 모두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해병대 1사단 측은 사실이 "휴가를 통제한 바가 전혀 없으며 사실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재현 해병대 1사단 공보장교는 "채수근 상병과 같은 대대 소속인 장병들도 지난 일요일과 오늘(24일) 정상 외출·휴가를 사용했으며, 예천에 있는 장병들도 신청했을 경우 정상적으로 휴가를 나갔다"라고 말했다.

경북 예천 폭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임무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장병묘역에서 엄수됐다. 이날 안장식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에서 폭우 피해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국방부는 채 상병을 일병에서 상병으로 한계급 진급시켰고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김성태 프리랜서

경북 예천 폭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임무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장병묘역에서 엄수됐다. 이날 안장식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에서 폭우 피해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국방부는 채 상병을 일병에서 상병으로 한계급 진급시켰고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여했다.김성태 프리랜서

채 상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쯤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부에서 구명조끼 없이 실종자 수색 임무를 수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 만에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당시 보문교 부근에서 수색 작업에 나선 해병대원은 39명으로, 이들은 일렬로 4m 정도 거리를 두고 9명씩 ‘인간띠’를 만들어 하천 바닥을 수색했다. 채 상병과 동료 2명은 물속 발아래 지반이 꺼지면서 급류에 휩쓸렸다. 동료들은 수영해서 빠져나왔지만, 채 상병은 급류에 그대로 떠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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