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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 臺 위종지 박사의 ‘대만 위기설’ [이성현의 미국서 보는 중국]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대만 관련 세미나에서는 ‘데이비슨 윈도우 (the Davidson Window)’라는 개념이 종종 언급된다. 이는 필립 데이비슨(Philip Davidson) 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2년 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앞으로 2027년까지 대만 해협에서의 잠재적인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힌 내용을 가리킨다.

한국에서도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다룬 책이 최근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대만 현지의 시각은 아직 충분히 소개되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대만 국방부 정치작전국 선전심리전처장(國防部 文宣心戰處處長)인 위종지(餘宗基)박사에게 현재 대만이 보는 양안 정세와 역내 지정학에 관해 질문했다. 예비역 장군(소장)인 위종지 박사는 대만 국방대학교 정치작전학원 원장(國防大學 政戰學院院長)이기도 하다.

대만 위종지 박사. 사진 차이나타임즈 캡처

대만 위종지 박사. 사진 차이나타임즈 캡처

‘데이비슨 윈도우’는 2027년까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는데, 올해 초에는 이 시기가 더 앞당겨졌다. 4성 현역 장군인 마이클 미니헌 (Michael Minihan) 공중기동사령관이 중국이 2025년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은 대만에서 전쟁이 발발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대만 사람들 역시 전쟁을 걱정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우려하는 정도로 전쟁이 ‘임박’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많은 대만 기업들이 중국 본토에 진출해 있고, 이들은 중국 내부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런 현지 정보를 포함하여, 대만이 파악하고 있는 중국 동향은 아마도 다른 국가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할 것이다. 
대만군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위협을 평가하는 기준은 중국의 군사력을 뜻하는 ‘능력’과 이를 행동으로 옮길 ‘의지’다. 즉, 시진핑이 실제로 대만을 공격할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시진핑은 군대의 현대화에 많은 투자를 했고, 대만 통일에 대한 그의 언어는 매우 강력하다. 그는 중국을 위대하게 만들고, 영토를 회복하는 것을 그의 개인적인 역사적 레거시(유산)로 보고 있다.
서방에서는 ‘오늘은 우크라이나, 내일은 대만’이란 우려도 있다.
푸틴의 경우, 주변 참모나 정보담당자들이 그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주변 참모들에게도 판단 착오를 일으키게 하였다. 미국과 대만이 걱정하는 것은 이런 부분이다. 시진핑은 일반적이지 않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의 결정 과정은 완전히 블랙박스이며, 공산당 내부에서 어떤 도전이나 반대세력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는 중국의 행동에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그렇다면 대만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안전한 대비책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고려하고 그에 대한 최선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관건은 ‘오늘은 푸틴, 내일은 시진핑’이 현실화되지 않게 방지하는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의 능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인민해방군은 기만전술에 뛰어나다. 그들이 공개한 여러 군사 훈련 장면을 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와 장비가 매우 현대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싸우면 이길 것(能打勝仗)’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러시아군이 그 예다. 러시아군은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전투에 참여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그들은 저조한 능력을 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편, 대만군은 우크라이나보다 더 강력한 보복 수단을 가지고 있다.  
인민해방군에 다른 약점도 있나?
중국의 ‘한 자녀 정책’ 영향으로 인민해방군 군인 대부분이 집안의 독자다. 이들이 언제든지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중국 정부가 선전하더라도, 만약 그들이 전투에서 전사하게 된다면, 그 집안은 대가 끊기게 된다. 이는 중국에서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예를 들어 2020년 중국-인도 국경 유혈 분쟁이 있었을 때, 인도군은 자신들의 사망자를 즉시 공개했지만, 중국은 반년이 지난 후에야 그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차례 군대를 파견해 대만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대만 유사시 실제로 미군이 참전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가?
언급했듯이,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태도로 미래의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우선 자립하는 모습을 보여야 다른 사람들도 도와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는 시사점이다.
더 부연해달라.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은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군보다 공중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공격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파괴할 수 있다. 미국이 실제로 병력을 파견할지에 대해서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기대가 있다면 그것에 심리적으로 의존해 우리의 국방 준비에 오히려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우방과의 협력을 통해 변화하는 전장 상황에 대비하고, 대만에 필요한 무기 및 장비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이 바로 최근 미국이 대만과 함께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만을 도와주고 있나?
예를 들면, 미국은 탄약고와 연료 저장고를 싱가포르 등 역내 다른 국가에서 대만으로 옮기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중국군의 대만 봉쇄나 미국이 직접 병력을 파견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한다. 대만은 이러한 자원을 이용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대만과 한국은 1992년 단교를 했지만, 최근 한국에서 대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향후 대만과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산업 구조 측면에서 대만과 한국은 경쟁 요소가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양국의 군대가 상호 교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한국에는 많은 군인 친구들이 있다. 이는 우리가 모두 민주 국가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첫째, 서로 보완적인 군사 기술 분야이다. 예를 들어, 대만이 개발한 전투기 경국호(經國號·IDF)의 설계기술을 맡았던 엔지니어들이 후에 한국의 T-50 고등훈련기 개발에 도움을 주었다. 현대전에서 주목받고 있는 무인기 분야에서도 대만은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IT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미래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만과 한국이 이런 분야에서 협력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둘째,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 일본, 미국이 3국 간의 정보 공유를 재개하였다. 대만 역시 미국과 오랜 정보 공유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최신이며 사정거리가 5000km에 달하는 레이더 ‘페이브 포스(Pave Paws)’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이 리소스를 공유하면 서로 간 ‘윈윈’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이성현 조지HW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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