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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식탁 위 중국] 뱀튀김?… 중국인은 왜 뱀고기에 거부감이 적을까?

중앙일보

입력

중국인들은 뱀을 통해 조상의 정기를 흡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뱀을 양생의 보양식으로 여긴다. 셔터스톡

중국인들은 뱀을 통해 조상의 정기를 흡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뱀을 양생의 보양식으로 여긴다. 셔터스톡

중국 음식은 종류도 다양하고 맛있는 요리도 많지만 동시에 친숙해지기 쉽지 않은 요리 또한 적지 않다. 물론 어느 나라나 이질적인 음식은 있기 마련이지만, 중국은 지역 간 음식문화 차이가 크기 때문인지 선뜻 젓가락 대기 어려울 때도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보통은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업무상 식사에서는 그러기도 쉽지 않다. 자칫 분위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일단 이질적인 요리, 낯선 음식문화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전 강소성의 한 도시에서 현지 공무원들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고기튀김이 있어 맛있게 먹었다. 닭고기 비슷했지만 맛은 달랐다. 살짝 쫄깃하고 탄력 있는 식감이 독특했다. 어떤 고기냐고 물었더니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뱀튀김(椒鹽蛇段)이라고 했다. 뱀 고기는 처음이었기에 놀라 젓가락을 놓았다.

반면 같은 식탁에 앉았던 젊은 여성 공무원은 달랐다. 뼈까지 발라가며 맛있게 먹었다. 어쩜 뱀고기를 그렇게 맛나게 먹는지, 징그럽지 않냐고 물었는데 까칠한 대답이 돌아왔다. 뱀고기가 어디가 어때서, 몸에도 물론이고 피부미용에 얼마나 좋은데 왜 편견을 갖냐는 말과 함께 보신탕 문화가 있는 나라 사람한테 들을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칫 공기가 싸늘해질 뻔했다.

상당수 중국인은 뱀 식용에 특별한 거부감이 적은 것 같다. 징그럽고 무섭다며 꺼리지는 않는다. 심지어 가을바람이 불면 뱀이 살찐다(秋風起 三蛇肥)는 속담까지 있다. 뱀을 멀리 하는 것이 아니라 통통하니 살이 올라 맛있겠다며 군침을 삼키는 중국인이다. 그러니 삼사(三蛇), 즉 살모사를 비롯해 세 가지 독사로 끓인 뱀탕, 삼사갱(三蛇羹)을 광동 일대에서는 명품요리, 정력에도 좋고 중풍도 막아준다는 최고 보양식으로 꼽는다.

중국 농민들도 논에서 물뱀을 보면 그냥 놓아보내는 법이 없다고 한다. 끝까지 쫓아가서 기어코 잡아 요리한다. 뱀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니 예전 배고픈 시절의 농민들이 이런 먹거리를 놓칠 리가 없다.

이렇게 뱀고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이니 광동이나 홍콩 등의 중국 남부는 물론 북경에서도 음식점 진열장에 또아리 틀고 앉은 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우리가 수족관에서 활어 고르듯 중국인은 입맛을 다시며 요리해 먹을 뱀을 선택한다.

중국은 왜 다른 문화권과 달리 뱀 식용에 대한 거부감이 적을까? 일단 단순히 식용을 넘어 요리로 발전시킨 역사부터가 뿌리 깊다. 다만 처음부터 중국 전역에 널리 퍼진 것 같지는 않다. 한나라 때인 기원전 2세기, 회남왕 유안이 쓴 백과사전적 문헌인 『회남자』에 "월인(越人)은 뱀을 구하면 이를 최고의 요리로 여긴다"고 했는데 반면 "중원에서는 바로 버릴 뿐 요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기서 월인은 남방 민족을 말한다.

12세기 송나라 문헌 『평주가담』에는 광남(廣南)에서는 뱀을 먹는데 시장에서 뱀탕을 판다고 했으니 음식으로 만들어 팔았을 만큼 요리로 발전시켰음을 알 수 있다. 청나라 때 『영남잡기』에서도 영남(嶺南) 사람들은 뱀 먹기를 즐긴다고 했는데 여기서 영남은 지금의 광동, 광서, 호남성 일대다.

앞서 언급한 몇몇 문헌에 비춰 보면 옛날 뱀 요리는 주로 화남과 화동의 남방에서 즐겨 먹었을 뿐 중원인 화북 지역에서는 썩 환영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현대에 들어 교통이 발달하면서 북방으로까지 퍼졌는데 원래부터 뱀을 즐겨 먹었다는 남방은 물론이고 화북 지역에서는 왜 뱀 식용 문화를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흥미로운 문화인류학적 해석도 있다. 중국에는 원형적으로 뱀 친화적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남방의 뱀 토템 문화가 그것인데 지금의 복건성과 그 지역 부족을 일컫는 한자인 오랑캐 민(閩)과 광동 광서를 포함한 남방 지역을 나타내는 오랑캐 만(蠻)자를 그 증거로 내세운다.

민(閩)은 문(門)안에 뱀을 의미하는 벌레 충(虫)이 자리잡고 있으니 집안에 뱀이 살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만(蠻) 또한 충(虫) 위에 실 사(絲)가 있고 그 사이에 말씀 언(言)이 들어가 있는데 여기서 ‘사’는 실이 아니라 뱀을 나타낸다. 그러니 똬리 튼 뱀 둘이 말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나타난 글자다.

두 한자 모두 뱀을 조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형상화한 글자이니 이들이 뱀을 싫어할 리가 없고 오히려 조상의 정기를 흡수할 수 있기에 뱀을 양생의 보양식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기록상 뱀 식용 문화가 없었던 화북지역에서 뱀요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한다.

중국인이 조상으로 여기는 신농씨, 복희씨, 여와씨의 삼황 중에서 복희와 여와는 사신인수(蛇身人首), 즉 머리는 사람이지만 몸은 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중국인이 어머니 강이라고 말하는 황하를 다스리는 치수의 신, 공공씨 역시 머리는 사람, 몸은 뱀이다. 그러니 뱀 토템까지는 아니어도 뱀을 신성시하고 경외하는 문화가 있었기에 뱀고기에 대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고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혐오 여부를 떠나 중국인이 왜 뱀요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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