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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 온몸 뒤덮었다, 북한산 정상 초토화시킨 러브버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작년부터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를 중심으로 출몰하기 시작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북한산 정상을 뒤덮으며 등산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북한산을 관리하는 국립공원 측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화학적 방역은 시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등산객 A씨는 인스타그램에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정상 바위를 뒤덮은 러브버그떼 모습을 공유하면서 “제가 웬만해서는 벌레를 안 무서워하는데 태어나서 본 벌레 중에 제일 많다”며 “백운대 정상에 가득하다. 정말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 A씨가 러브버그떼가 출몰한 북한산 정상 모습을 촬영해 공유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30일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 A씨가 러브버그떼가 출몰한 북한산 정상 모습을 촬영해 공유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그는 쓰고 온 방충모 안으로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게 그물망을 움켜쥐며 “이거 벗으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같은 달 29일 한 외국인 여성 B씨도 “어제 북한산에서 러브버그떼를 경험했다. 이건 한국에서 매우 드문 일”이라며 관련 영상을 공유했다.

B씨는 자신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수없이 달라붙은 러브버그떼를 떼어내 보지만 소용이 없는 모습이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이게 우리나라 맞냐” “이제 등산도 못 가겠다” “작년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진짜 초토화됐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처럼 등산객들이 벌레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면서 북한산 등 국립공원 측에 방역 등을 문의하는 일도 잦아졌다고 한다.

북한산 백운대 정상까지 출몰한 러브버그떼. 사진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캡처

북한산 백운대 정상까지 출몰한 러브버그떼. 사진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캡처

국립공원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지난 1일 ‘현재 국립공원 내 붉은등우단털파리와 관련해 안내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국립공원이 올린 영상에는 북한산 백운대 정상 바위와 비석 등에 러브버그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다.

국립공원 측은 “국립생물자원관 기후환경생물 연구과 담당자 답변을 공유 드린다”며 “작년에 비해 고온 다습한 날씨와 장마로 인해 약 작년 대비 열흘 정도 조기 발생을 했으며 6월 중순에서 7월 초에 집중돼서 발생할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측에 따르면 수컷은 3~5일, 암컷은 5~7일 동안 살아남는다.

국립공원은 “국립공원 내에서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방제 및 생물학적 방제는 시행하지 않는다”며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인간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이며, 짧은 생활사로 인해 7월 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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