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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론스타와 세금전쟁 또 패소…1530억원에 420억원 더 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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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관련 이미지. 왼쪽은 구 외환은행 건물. [중앙포토]

론스타 관련 이미지. 왼쪽은 구 외환은행 건물. [중앙포토]

 정부가 2017년 ‘론스타에 부과한 거액의 법인세를 취소하라’는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이를 돌려주지 않고 버티다 수백억 원의 지연손해금과 소송비용을 추가로 물게될 위기에 처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7부(부장 이승원)는 론스타 펀드 관련 법인들(이하 론스타)이 정부를 상대로 ‘잘못 걷어간 법인세 1534억원을 돌려달라’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론스타 측이 주장한 금액 전부를 인용했다.

 문제의 법인세는 2007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차익에 매겨졌던 세금이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지주회사를 통해 외환은행을 샀다 팔았는데, 세무당국은 “지주회사는 조세 회피 목적으로 세운 것이고, 소득의 실질 귀속자는 론스타”라며 법인세를 부과했다. 론스타 펀드 관련 법인들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 이겼다(2017년 대법원 확정). 외국 법인에 법인세를 부과하려면 국내 고정 사업장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론스타가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둔 거라 판단했지만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정부가 론스타 관련 법인들에게 부과한 법인세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대법원은 지난 2017년 정부가 론스타 관련 법인들에게 부과한 법인세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정부는 법인세를 다 돌려주지 않았는데,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더라도 론스타가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당초 이 세금은 외환은행 주식에 대한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로 원천징수된 뒤 법인세로 공제·충당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소송 과정에서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면 이전의 공제·충당 효력도 없어져 원천징수 관계가 남게 되므로 원천징수세액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건 론스타(원천납세의무자)가 아닌 은행이나 증권사(원천징수의무자)”란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법인세 부과처분을 하면서 이미 납부한 원천징수세액을 공제·충당한 경우, 원천징수는 종국적·확정적으로 소멸한다”며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됐으면 원천징수에 따른 환급 청구의 문제가 아닌 법인세 환급 청구의 문제만 남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지연손해금 계산은 정부 쪽에 너그럽게 해 줬다. 통상 소송촉진법에 따라 소장을 받은 다음 날부터 연 12%의 이율을 매기는데, 민법이 정한 이율 5%만 적용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송 중에 관련 원천징수 판결이 확정된 사정 등을 고려하면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 12%로 계산했다면 1000억 원이 넘었겠지만, 연 5%로 계산하면서 정부가 내야 할 지연손해금은 약 420억 원으로 줄었다. 다만 바로 다 갚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연 12%가 붙어 하루 이자만 5000만원이 넘게 된다. 여기에 소송비용도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데, 법원에 내야 하는 인지액만 4억 8000만원이 넘고 론스타 측이 쓴 변호사 비용은 별도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론스타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낸 같은 소송에서도 론스타가 돌려달라며 청구한 금액(152억 원) 모두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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