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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패널 건물 화재 때 ‘거품 보호막’ 씌워 확산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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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이호욱

이호욱

지난 15일 대구 서구 중리동 재활용 공장 화재는 샌드위치 패널이 불을 키웠단 분석이 나온다. 샌드위치 패널은 두 강판 사이에 스티로폼 등을 채운 건축 마감재다. 비용이 저렴하지만, 불이 붙으면 급속도로 번진다. 최초 불이 난 공장 주변엔 샌드위치 패널 건물이 밀집해 있어 불은 공장 13개 동을 태우고 9시간10분 만에야 꺼졌다.

지난해 샌드위치 패널의 난연(難燃) 성능을 강화하도록 법이 개정됐으나 그 전에 지은 공장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소방본부가 보다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고안해 관심이다. 거품 소화 약제를 주변 건물 외벽에 뿌려 화재 복사열을 차단, 불의 확산을 최대한 늦추는 방식이다. 현재 전국 소방서엔 카프(CAFS) 소방차가 도입돼 있다. 이 차량은 물과 소화약제를 고압으로 공기와 섞어 거품 형태로 분사하는 게 가능하다.

아이디어를 낸 이호욱(사진) 대구 서부소방서 현장지휘단 화재조사관은 지난 23일 “소화약제 거품이 패널 외벽에 달라붙으면, 복사열을 차단하면서 보호막 역할까지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조사관은 소방 119 리빙랩을 통해 ‘연소확대 방지를 위한 카프 소방차 활용 방안 연구’를 제안했고, 국립소방연구원과 협의로 연구가 이뤄졌다.

지난 4월 18~19일 이틀간 대구 서부소방서에서 실험이 진행됐다. ‘디귿(ㄷ)’ 형태로 만든 세 개의 샌드위치 패널 안에 실험용 버너를 설치해뒀다. 두 개 패널 겉면엔 각각 소화약제 거품과 물을 뿌렸고, 나머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버너에 불을 붙이자 일반 패널은 32~33초가 지나자 온도가 상승했지만, 약제가 묻은 패널은 380~501초(측정 지점 높이마다 상이)에 온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물을 뿌린 패널(238~344초)과 비교해도 온도 상승 지연 효과가 나타났다. 패널 안쪽 온도도 마찬가지였다. 800초까지 측정하자 거품 약제를 뿌린 패널의 내부 온도는 물 대비 최대 24.3도 낮았다. 이 조사관은 “거품 소화약제가 소방용수(물)에 비해 복사열로 인한 온도 상승을 효과적으로 지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샌드위치 패널 공장 화재 시 기초 연구 자료를 토대로 현장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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