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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백현동 사업자 엄벌해달라” 옹벽아파트 주민들 탄원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13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사비와 용역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성남 R&D PFV 및 본인이 실사주로 있는 3개 회사의 법인 자금 480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1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13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사비와 용역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성남 R&D PFV 및 본인이 실사주로 있는 3개 회사의 법인 자금 480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1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판교 더샵퍼스트파크 입주민 400여명이 최근 이 아파트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구속된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는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26일 이 아파트 입주민에 따르면 입주민 B씨 등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를 찾아 겉면에 ‘정바울 엄벌 탄원서’라고 적힌 주민 402명의 탄원서를 전달했다. 입주민들은 이 문서에 “피의자 정바울에 대한 보다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 본 탄원서를 제출한다”고 적었다.

정바울 대표는 2013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 및 자신이 실사주인 아시아디벨로퍼 등을 통해 공사·용역 대금 과다지급 등의 방법으로 약 480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 9일 구속됐다. 김인섭(구속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성남시에 대한 로비를 청탁하고 그 대가로 77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산을 수직으로 깎아 조성한 판교 더샵퍼스트파크 공사 현장. 네이버 항공뷰

산을 수직으로 깎아 조성한 판교 더샵퍼스트파크 공사 현장. 네이버 항공뷰

1223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산을 거의 수직으로 깎아 조성했고, 일부 동들은 높이 50m, 길이 300m에 달하는 거대 옹벽과 불과 10m 안팎의 거리에 있어 '옹벽 아파트'로 불린다.

구(舊)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이 아파트는 인허가 과정에서 4단계 용도 상향(자연녹지→준주거지)이 됐다. 사업 시행사는 고도제한(성남공항 인접)으로 아파트를 일정 높이 이상으로 지을 수 없자 무리하게 산을 수직에 가깝게 깎고 옹벽을 세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을 더 많이 확보해 막대한 분양이익(검찰 조사 기준 3185억원)을 냈다.

이 아파트는 입주를 시작한지 3년째지만 아직 준공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2021년 당시 이 아파트 개발사업 특혜의혹이 일었고, 정쟁의 중심이 되자 성남시는 ‘옹벽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1년 6월 임시사용승인(동별 승인)만 내줬다.

시행사는 성남시를 상대로 준공 허가를 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잇달아 패소했다.

판교 더샵퍼스트파크 입주민 402명이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입주민 제공

판교 더샵퍼스트파크 입주민 402명이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입주민 제공

탄원서에서 주민들은 “성남시로부터 사용승인신청(준공 허가)을 반려당한 구체적인 이유는 피의자 측이 2017년 건축허가 당시 옹벽에 대해 30년간 ▶위험계측 ▶평시 안전성 유지를 위한 관리 ▶천재지변 등으로 위험 발생 시 즉시 대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유지관리계획을 제출 및 약속하고 이를 통해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막상 준공 시점이 되자 ‘우리는 그럴 의무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성남시의 옹벽 관련 보완 요구를 거절하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은 “피의자는 ‘옹벽 공사에 1000억원이 들었다’며 옹벽의 안전을 철석같이 약속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입주민들의 생명, 신체, 재산에 대한 안전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옹벽의 유지 관리 의무에 대해 그동안 배째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고 뻔뻔하게 대응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준공 지연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현재 준공 허가가 나지 않은 옹벽과 붙은 커뮤니티 시설(3~5층) 등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입주민 C씨는 “처음 분양 당시 시행사가 서울 강남 아파트에 버금가는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이런 시설을 입주 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거대 옹벽의 안정성 문제 등이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적 이슈로 부각됐고, 이 과정에서 아파트 가치도 크게 훼손됐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2017년 당시 이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면적 84㎡가 7억6970만~8억6580만원에 달했다. 2013년 판교 알파리움 이후 5년 만에 판교지역에 공급된 신축 아파트라 높은 분양가에도 경쟁률 13대1을 기록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오랜만에 나온 판교 신축아파트로 관심을 끌면서 전용 84㎡의 분양권이 한때 18억원대를 호가했다”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옹벽 아파트’라는 낙인이 찍힌 뒤 한동안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고, 옹벽에 가까운 동들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7일 12억7000만원(19층)에 거래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기록된 해당 면적 역대 최고가는 16억7830만원(14층)이었다.

입주민들은 조만간 2차 탄원서도 낼 계획이다. 입주민 C씨는 “입주민들 사이에서 시행사의 스쿨버스, 가스정압기 사업자 선정 과정 등에도 의혹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검찰에서 이런 부분까지 철저하게 수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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