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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도 보인다, 숨소리까지 들린다…더 화끈해진 K씨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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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단오장사씨름대회는 씨름판과 관중석의 거리를 확 좁히고 초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해 시각적 효과를 더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종호 기자

단오장사씨름대회는 씨름판과 관중석의 거리를 확 좁히고 초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해 시각적 효과를 더하는 등 파격적인 시도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종호 기자

씨름대회 풍경이 확 달라졌다.

20~25일 강원도 강릉시 남대천변 단오제 행사장에서 열린 2023 위더스제약 강릉 단오장사 씨름대회는 고품격 스포츠 이벤트로 진화하려는 씨름계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실내체육관에서 대회를 치르던 방식에서 벗어나 야외 행사장에 지붕을 씌워 특설 경기장을 만들었다. 단오제 행사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일반인들도 자연스럽게 씨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열린 무대’를 설계했다.

25일 열린 백두급(140㎏ 이하) 천하장사 결정전에선 팬 친화적으로 확 바뀐 K씨름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씨름판과 관중석 사이의 거리는 10m도 되지 않았다. 선수 및 감독 대기석은 관중석 바로 앞에 마련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는 물론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도 생생히 관중석에 전달됐다. 양 팀 감독의 긴박한 작전 지시를 관중 모두가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좌석 간 구분을 두지 않아 황경수 대한씨름협회장부터 동네 꼬마들까지 똑같은 좌석에 나눠 앉아 경기를 관전했다.

백두장사에 오른 뒤 포즈를 취하는 김민재의 뒤로 보이는 초대형 LED 전광판. 가로 15m, 세로 4m의 압도적인 사이즈다. 김종호 기자

백두장사에 오른 뒤 포즈를 취하는 김민재의 뒤로 보이는 초대형 LED 전광판. 가로 15m, 세로 4m의 압도적인 사이즈다. 김종호 기자

씨름장 모래판의 뒤편에는 초대형 LED 전광판이 등장했다. 오프닝, 선수 입장, 선수 소개 등 각 단계에 맞춰 사전 제작한 영상물이 가로 15m 세로 4m의 대형 화면에 등장했다. 화려한 영상과 테마 음악을 배경으로 모래판에 오르는 씨름선수들의 모습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종합격투기 UFC나 프로레슬링 WWE 스타들 못지않았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K씨름 진흥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씨름을 국제무대에 널리 알리기 위해 한국 문화의 대표 콘텐트로 키워낸다는 청사진을 담았다. 문체부는 앞으로 대한씨름협회와 손잡고 신규 팀 창단을 적극적으로 유도해 현재 17개인 팀 수(성인 남자팀 기준)를 오는 2025년까지 22개로 늘릴 계획이다. 기존 최경량급인 태백급(80㎏ 이하)보다 낮은 체급(70㎏ 이하·소백급)의 신설도 준비 중이다. 양적 증가와 질적 향상을 동시에 이끌어 프로씨름리그 출범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김현서 디자이너

김현서 디자이너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단오장사대회 개막을 앞두고 “올해는 씨름 부활의 원년이 될 것”이라면서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재미있고 역동적인, K컬처의 차세대 킬러 콘텐트로 키워내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씨름협회 사업운영부장은 “팬 친화적 요소를 강화하면서도 민족의 기상을 대표하는 전통 스포츠로서의 무게감을 유지하는 게 과제”라면서 “씨름의 현대화를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재, 단오장사 백두봉도 등정=김민재(영암군 민속씨름단)는 25일 강릉에서 열린 백두장사 결정전(5판 3승제)에서 전매 특허인 들배지기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정창조(수원특례시청)를 3-0으로 제압하고 황소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해 아마추어(울산대) 신분으로 이 대회 정상에 오른 그는 2연패에 성공하며 개인 통산 5번째 백두장사에 올랐다. 아울러 올 시즌 5차례 대회 중 4개 대회 정상에 오르는 압도적 기량을 과시했다.

대회 오프닝, 선수 입장, 경기 직전 및 직후에 LED 전광판을 활용, 출전 선수들을 소개하는 영상과 테마 음악이 활용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종호 기자

대회 오프닝, 선수 입장, 경기 직전 및 직후에 LED 전광판을 활용, 출전 선수들을 소개하는 영상과 테마 음악이 활용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종호 기자

단오장사 백두급 2연패에 성공한 뒤 황소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김민재. 사진 대한씨름협회

단오장사 백두급 2연패에 성공한 뒤 황소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김민재. 사진 대한씨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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