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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역주행 에스컬레이터도 중국산...전철역 점령 그들 위험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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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수인분당선 수내역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수인분당선 수내역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국내 기차역과 도시철도역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작해 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전량 중국산으로 조사됐다.

 25일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부산교통공사, 인천교통공사, 대구교통공사, 대전교통공사, 광주도시철도공사가 국회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기차·도시철도역 에스컬레이터 설치 현황'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에스컬레이터는 모두 6590대가량이다.

 이 중 상당수의 원산지(제조국가)가 중국이었다. 코레일은 2640대의 에스컬레이터 전부가 중국산이었으며, 서울교통공사도 1827대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져 수입된 제품이었다. 대전교통공사도 중국산 비율이 92%에 달했다.

 649대를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는 납품업체 12곳 중 국내에서 제작한 한곳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중국산을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614대를 설치한 인천교통공사도 23개 납품업체 가운데 두 곳만 국산과 스위스산을 공급했고, 21곳은 중국산을 납품했다.

 593대를 설치한 대구교통공사도 중국산 비율이 높았다. 반면 광주도시철도공사는 99대 중 중국산 에스컬레이터 비중이 40.4%(40대)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일 발생한 수인분당선 수내역의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현장 모습. 뉴스1

지난 8일 발생한 수인분당선 수내역의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현장 모습. 뉴스1

국내 기차역과 도시철도역에 설치되는 엘리베이터의 경우 국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있어 거의 대부분 국내에서 제작된 중소기업 제품이 납품돼 있다.  

 그러나 에스컬레이터는 이런 제한이 없기 때문에 별도로 원산지를 따지지 않는다고 한다. 또 납품가가 대체로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대기업이 뛰어들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국내에 생산공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국내의 에스컬레이터 생산공장이 거의 모두 중국으로 이전한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2004년 이후부터는 완제품을 전량 중국에서 수입해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기차역과 도시철도역의 에스컬레이터가 대부분 중국산으로 설치되면서 안전성은 물론 유지보수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역주행사고로 14명이 다친 수인분당선 수내역의 에스컬레이터 역시 중국산이다.

지난해 7월 침수피해를 입은 KTX 광명역의 에스컬레이터 일부는 아직도 운영이 안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침수피해를 입은 KTX 광명역의 에스컬레이터 일부는 아직도 운영이 안되고 있다.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서울교통공사 고위간부는 “에스컬레이터 납품업체는 다른 데 정작 제품은 중국 내 같은 공장에서 제작된 경우가 있는 데다 하자보증 기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업체도 많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도 제대로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지보수 업체도 영세한 데다 인력 이동이 잦아서 제대로 기술력을 갖고 전문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부품 표준화도 안 되니 특정 부품이 고장 나서 공급받으려면 몇 개월씩 걸린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뒤 추가로 역주행 방지장치를 부착하는 등 보완작업을 벌여왔다. 또 수내역 사고를 계기로 아직 역주행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620대에 대한 보완작업도 서두를 방침이다.

 지난해 여름 침수피해를 입은 KTX 광명역의 에스컬레이터 일부가 여전히 작동이 멈춰져 있는 것도 유지보수와 관련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코레일 관계자는 "수리를 위한 부품 조달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대식 의원은 “열차와 도시철도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서 앞으로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는 보다 꼼꼼하게 제품 성능과 규격·현지 생산능력 등을 따져보고, 유지보수를 위한 부품 조달시스템도 철저히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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