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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위대한 파트너십"…中 견제 위해 인도 끌어 당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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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우주탐사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과 국방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특히 공동성명에서 미국ㆍ인도ㆍ일본ㆍ호주의 대(對)중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를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ㆍ태평양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바다에서 우주까지 이어지는 양국의 위대한 파트너십”이라는 표현도 썼다. 인권 침해 및 민주주의 후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도 모디 총리를 대대적으로 환영한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ㆍ태 전략 핵심 국가인 인도를 첨단기술ㆍ군사 협력을 고리로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ㆍ인도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십 중 하나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긴밀하며 역동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2024년 국제우주정거장에 인도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것을 포함한 우주 공동탐사 ▶청정에너지 전환 및 기후 문제 대처 ▶양자 컴퓨팅 및 AI 기술의 부작용 규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반도체 공급망을 보호하고 오픈 랜(RAN) 통신망을 발전시키며, 양국 합동훈련 및 방위산업 협력을 통해 방위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관련해 미국 마이크론은 인도의 반도체 제조ㆍ시험 시설에 8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쿼드를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번영하고 안전한 인도ㆍ태평양을 만들기 위한 논의도 했다”고 전했다.

인도, 미 무인 공격기 구입 등 방위협력 강화 

모디 총리는 회견에서 “오늘 (정상회담의) 논의와 결정이 양국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양국은 AIㆍ반도체ㆍ우주ㆍ양자ㆍ통신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강력하고 미래지향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참여하고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2024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인도 우주비행사를 보내기로 했다.

모디 총리는 또 “양국의 긴밀한 국방 협력은 상호 신뢰와 전략적 우선순위의 공유를 상징한다”며 “양국은 이전의 구매자ㆍ판매자 관계에서 벗어나 기술 이전, 공동 개발 및 공동 생산을 포함하는 관계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기술 이전을 통해 인도에서 F414 제트엔진을 공동 생산하기로 한 사례를 들며 “획기적인 합의”라고 평가했다. 인도는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로부터 첨단 무인 공격기(드론) MQ-9B를 조달하기로 했고, 미 해군은 함정 수리를 인도 조선소에 맡기기로 했다.

모디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슈와 관련해서는 “인도는 사태 초기부터 대화와 외교를 통한 분쟁 해결을 강조해 왔다”며 “우리는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든 기여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중국ㆍ대만을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는 대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항해ㆍ비행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국제 평화ㆍ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탄하고 북한을 향해 외교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통상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이어지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각국 기자 2명씩 질문하는 관례와 달리 이날 공동 회견에서는 미국과 인도 기자 한 명씩 질문이 허용됐다. 모디 총리는 2014년 5월 취임 후 한 번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아 언론 통제 비판을 받아 왔었는데, 이날은 백악관의 기존 관례와 다르긴 했지만 언론의 질문을 한 차례 허용한 것이어서 주목됐다.

“習 독재자 발언, 관계 약화시키지 않아”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한 ‘독재자’라는 발언이 미ㆍ중 관계 진전을 약화시키거나 복잡하게 만들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아니다”고 선을 긋고 “전 세계 동맹국들과 이야기할 때 인도나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제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고 말하지 않는 것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실제 어떤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시 주석을 만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자신의 발언은 단지 ‘사실’을 말한 것일 뿐이어서 미ㆍ중 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종교 소수자와 반정부 인사 탄압 등 모디 정부의 상황을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모디 총리와 나는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좋은 토론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미ㆍ중 관계가 미ㆍ인도 관계와 같지 않다고 보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는 우리는 둘 다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압도적인 존중이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인도 정부는 종교적 소수자를 차별하고 비판자들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고 말하는 인권단체가 많다. 무슬림과 소수 민족의 권리를 개선하고 언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한 것인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에 정말 놀랐다”며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취했고 그 기초 위에 헌법이 만들어지고 나라 자체가 헌법과 정부에 의해 운영된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모디 총리를 위한 국빈 만찬에서 잔을 부딪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모디 총리를 위한 국빈 만찬에서 잔을 부딪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디 총리는 이날 오후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한 뒤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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